없다던 두 팔이 갑자기 '쑤욱'…'손코인' 기막힌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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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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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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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없어 자금 인출 못 한다는 코인 개발자
등 뒤에서 손 꺼내더니 생방 중 러그풀 실행
사기, 불투명성, 리스크 만연한 가상화폐업계
가상화폐(코인) 상장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유동성을 챙겨 달아나는 일명 '코인 스캠(Coin scam)' 피해 사례가 국내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해외에선 "나는 두 팔 없이 태어나 사기를 칠 수 없다"며 당당히 주장하던 한 코인 투자자가 생방송에서 보란 듯 사기를 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 뒤집어진 기상천외한 '손 코인' 사기
문제의 '손 코인' 개발자. 등 뒤에 두 팔을 교묘히 감춘 뒤 생방송을 통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코인 업계에서 주목받은 이 사건은 일명 '노 핸즈 노 러그(No hands No rug)'라고 불린다. 직역하면 "손이 없어서 러그풀할 수 없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러그풀은 코인 용어로, 코인 상장 당시 몰린 투자 자금 중 개발자의 몫을 갑자기 수익 실현하는 사기 기법이다. 코인 가치를 지탱하던 개발자의 유동성이 빠지면서 해당 코인의 가격은 폭락하고, 이후 개발자는 잠적하는 방식이다.

러그풀은 특히 밈(meme) 코인 분야에서 기승을 부리는 사기 수법이다. 워낙 러그풀이 성행하다 보니, 한 코인 개발자는 지난 5월 "나는 두 팔이 없어 (컴퓨터에서) 러그풀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투명한 코인 상장을 약속했다. 이 개발자는 생방송에 직접 자기 모습을 드러냈는데, 실제 그는 두 팔 없이 서 있었고 '노 핸즈 노 러그'라고 적힌 종이를 턱으로 받친 상태였다.

코인이 상장되는 순간 감춘 두 팔을 꺼내 러그풀 키를 입력하는 개발자.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해당 개발자의 열정(?)과 진솔함을 본 코인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이 개발자의 코인 이름도 손(HANDS)이었다. 손은 입소문을 타며 순식간에 거액의 투자금이 몰렸고, 정점에 이르렀을 땐 시가총액이 약 55만달러에 달했다.

그 순간, 갑자기 개발자가 등 뒤에 감춰두고 있던 두 팔을 꺼내 들더니 순식간에 컴퓨터 앞으로 다가왔다. 이 개발자는 키보드 버튼 한 개를 눌러 준비해 둔 러그풀 명령을 실행했고, 그의 몫으로 잡힌 유동성이 빠지면서 손 코인 시가총액은 약 53만달러가량 빠져나갔다. 개발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가 사실상 모든 투자금을 잃어버린 셈이다.

사기, 불투명성, 투자 리스크 만연한 밈 코인
손 코인의 '러그풀' 흔적은 여전히 가격 추적 사이트에 남아있다. 소규모 코인은 상장을 미끼로 투자 자금을 훔쳐 달아나거나, 코인이 상장되는 순간 러그풀로 유동성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손 코인은 이후 밈 코인 사기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도 코인 가격 추적 사이트에는 당시 손 코인의 러그풀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누리꾼들이 몰려와 댓글을 달 정도다. 손 코인은 가상화폐 산업에 만연한 사기와 리스크, 그리고 불투명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코인 사기는 이미 심각한 금융 범죄로 자리 잡았다. 매년 코인 상장 사기로 수십억 원대 자금을 챙겨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지난 4월엔 경기 김포경찰서가 코인업체 판매책인 20대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다음 해 7월까지 한 코인업체 대표 B씨와 함께 투자자 코인 사업을 추진, 투자자 30여명을 속여 3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히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는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의무 준수 여부 등을 검사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금융당국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 불공정거래행위가 드러난 자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 부당이익의 3~5배 상당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형사 처벌과 부당이득의 2배 상당 과징금 제재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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