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로 샤넬 산다"…'시럽급여' 쪽 빨아먹는 얌체족 잡아라[뉴스설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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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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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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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0년 실업급여 어떻게 손댈까
구직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도
개편 관건은 취지 지키며 제도 악용 막는것
정부, 반복수급 감액·제도 악용 방지 추진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정부가 실업급여(구직급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주요 골자는 반복 수급자에 대해 급여액을 감액하는 것이다. 세부 감액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할 예정이라 미정이지만 이전 개정안에서는 5년간 3회 10%, 4회 25%, 5회 40%, 6회 이상은 50% 감액으로 제시된 사례가 있다. 실업급여를 악용해 반복 수급 및 단기 일자리를 계약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직자 생활 안정과 고용시장의 신속 복귀를 위해 생겨난 실업급여는 언제부터 ‘달콤한 시럽급여’로 불렸을까.

‘시럽급여’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하한액 수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여럿 등장해 반대 여론이 형성, 개정 작업이 흐지부지됐다.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표현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당시 담당자가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고 발언했다. 제도의 공백을 노린 실업급여 반복 수급은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적발된 부정수급 건수와 금액은 ▲2021년 282억4300만원(2만5753건) ▲2022년 268억5900만원(2만3885건) ▲2023년 5월 기준 114억8600만원(9527건) 등이다.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취업 유인효과’가 적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용보험법상 구직급여는 실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평균임금의 60%로 책정하는데, 이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최저임금의 80%의 기준으로 설정한다. 즉 최저시급이 9860원인 올해 구직급여의 하한액은 월 189만3120원이다. 최저임금(206만원)에서 4대 보험료와 기타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86만원대인데, 이 경우 오히려 구직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70원 오르는 내년도(시급 1만30원, 월 209시간 근무 시 209만6720원)에는 구직급여 하한액도 덩달아 함께 올라 192만5760원이 된다.

정부·여당은 낮은 재취업률도 실업급여 제도 개편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재취업률은 7년 만에 30% 벽을 넘었지만 ▲2017년 29.9% ▲2018년 28.9 ▲2019년 25.8% ▲2020년 26.8% ▲2021년 26.9% ▲2022년 28.0% 등 2016년(31.1%) 이후 줄곧 20%대에 머물러왔다. 이 밖에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이라는 것도 실업급여 개편 논의 이유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실적립금이 3조9500억원가량 마이너스라며 실업급여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가 실업급여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5년이다. 도입 당시 수령 조건은 ‘실직 전 18개월 중 12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였다. 하한액은 없었고, 근무기간에 따라 최소 30일에서 210일까지 평균 임금의 50%만 지급했다. 이후엔 지급기간이 늘어나고 하한액 규정이 생겨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1998년 최소 지급기간이 60일로 2배 늘었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70%로 결정됐다. 2000년엔 최소 지급기간이 90일로,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90%로 늘었다. 2019년 지급액은 기존 평균임금 50%에서 60%로 올라갔고, 하한액은 최저임금 90%에서 80%로 내렸다.

실업급여 개편의 관건은 제도의 본 취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이다. 노동계는 하한액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폐지하면 실직 기간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보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40.8%로 높고 평균 근속기간이 10.9개월에 불과한 15~29세 청년층이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



노동연구원의 '고용안전망과 저소득층 소득지원제도' 보고서를 보면 통계적으로 임금대체율(평균임금일액 대비 평균 구직급여일액의 비율) 60~80% 구간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임금대체율이 구직활동에 영향을 미쳐 취업 성과로 이어진다"며 "실업급여 수급 후 6개월 이내 취업 여부를 보면, 실업급여의 임금대체율 60~80% 구간에서 취업 성공 비중이 가장 높았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취업 비중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금대체율이 100%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취업률이 68%대에 머무르는 등 무조건 임금대체율이 높아진다고 취업률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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