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주사제로 암세포만 죽인다"…차세대 항암제 개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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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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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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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방사성약물 후보물질 홍콩서 확보
노바티스·일라이릴리 등 기술 확보 경쟁 치열
정상 세포는 그냥 두고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 항암치료제 기술이 방사능 약물을 활용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가 이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독성 화학약물을 싣고 암세포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특이항원을 찾아가 터뜨리는 ‘미사일’인 항체약물접합체(ADC)가 현재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주름잡는다. 최근 ‘미사일 폭약’으로 일반 독성 약물 대신 암세포 타격 효과가 훨씬 큰 방사성약물을 싣는 방사성약물접합체(RDC)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ADC가 ‘일반 유도 미사일’이라면 방사성약물을 탑재한 RDC는 ‘유도 핵미사일’이다.



RDC 항암제를 개발 중인 SK바이오팜은 최근 여기에 탑재할 방사성약물 후보물질(개발명 FL-091)을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에서 도입했다. FL-091을 완제품으로 개발할 때까지 단계별로 최대 5억7150만달러(약 7921억원)를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에 지급하고, 제품 출시 후 10년간 별도 로열티를 내는 조건이다. SK바이오팜이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 전체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FL-091의 핵심 방사성 물질은 악티늄-225인데, SK바이오팜은 SK가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 기업 테라파워를 통해 악티늄-225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RDC는 암세포를 죽이는 화력뿐 아니라, 암세포를 찾아내는 레이더 기능도 ADC보다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ADC는 항체가 레이더로 기능하면서 특이항원만을 탐지하나, RDC는 항체뿐만 아니라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단백질 등 더 다양한 방법으로 암세포를 찾아낸다. 대장암·전립선암 세포에서 발현하는 뉴로텐신수용체1이라는 단백질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앞으로 RPT 개발 과정에서 항체 외에 다양한 탐지물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항체는 암세포를 죽이고도 몸 속에 너무 오래 남아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FL-091 등 방사성약물은 이런 부작용이 덜하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 방사성의약품(RPT) '플루빅토' [사진제공=노바티스]


글로벌 방사성약물 표적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79억달러에서 연평균 10.6% 성장해 2033년에는 218억달러(약 3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티스가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시장에 내놓으며 가장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9억8000만달러(약 1조3583억원)로 전년 대비 262% 매출 성장세를 기록, 블록버스터 치료제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관련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일 방사성의약품 개발사 라디오네틱스를 10억달러(약 1조386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10월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약 1조9404억원)에 사들였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퀴브(BMS)도 최근 레이즈바이오를 41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관련업체 인수합병(M&A)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퓨처켐이 오는 10월 완료를 목표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진단용으로도 사용 가능한 약물이어서, 전립선암 진단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듀켐바이오, 셀비온 등 국내 업체가 항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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