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반도체센터장 "PIM으로 연산도 가능…유전 발견과 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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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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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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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설계연구센터 개소 2주년
"데이터 처리 시간·전력 절감"
삼성·SK하이닉스와 공동연구
"반도체는 잘만 개발하면 유전을 발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죠. 다가올 미래에는 에너지와 시간을 동시에 절약하는 지능형반도체(PIM)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회준 카이스트 PIM반도체설계연구센터장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떠오르는 PIM(Processing in Memory)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달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VLSI 심포지엄’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D램에 PIM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VLSI 학회는 세계 3대 반도체 학회 가운데 하나로 공정, 소자 및 회로 설계까지 총망라한다.



그가 카이스트에 개소한 PIM반도체설계연구센터가 최근 2주년을 맞았다. 이 연구센터는 국가 과제로 채택돼 2029년까지 PIM연구 선봉에 서게 됐다. 그는 PIM 관련 인력 양성과 산학 공동 기술 개발, 해외 네트워킹 등 반도체 분야 전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원장, 반도체공학회장도 역임 중이다.

유 센터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PIM의 여러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PIM은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던 메모리에서 연산까지 수행하는 반도체"라며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절약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AI에 쓰이고 있는 엔비디아의 GPU는 전력 소모량이 많아 지속가능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유 센터장은 "에너지 통계를 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영국 한 나라가 쓰는 양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 정부도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PIM은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연산을 하기 때문에 시간도 빠르고 에너지도 절약된다"며 "기존 시스템보다 약 900배 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는 기존보다 30배 개선되고, 전력 소모는 3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반도체업계에서 D램 설계 책임자를 맡은 바 있다. 1990년대 초반 하이닉스를 시작으로 2000년 PIM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칩을 연구하다가 2006년 학계로 들어왔다. 그는 "2020년 10월 정세균 당시 총리와 장관들이 모인 회의장에서 PIM에 대해 발표했다"며 "발표를 들은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PIM의 중요성을 인정했고, 국가 과제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의 PIM 개발 목표는 조기 상용화다. 가격은 낮추고 효율성은 높여 시장에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기술과 결합해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 안에 들어갈 PIM을 개발 중"이라며 "설계 IP를 확보해 대기업 수탁생산을 통한 제품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VLSI 학회 발표 논문 수, 참가자 국적을 보면 한국이 미국에 필적할 만큼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최다 참가자 등록 국가는 한국이 38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미국(316명), 일본(276명) 순이었다. 논문 수는 삼성전자가 기술 분야에서 16편, 카이스트가 회로 분야에서 12편을 발표해 각각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유 센터장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과 연구, 교육의 현실에서 양적인 팽창을 넘어 질적인 팽창을 시도할 때가 됐다"며 "AI 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진취적인 도전 정신과 한국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PIM 다음으로는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동작하는 뉴로모픽(생체신경모방) 반도체가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 뇌에 메모리와 연산이 따로 있지 않듯,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구분도 흐릿해질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한국의 반도체는 몸집으로만 보면 자타가 공인하는 ‘어른’이 됐다"며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독자적인 기술로 당당하게 세계를 선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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