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신종민 개인전 'Add-on'·윤형근 '담담하게'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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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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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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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신종민 개인전 'Add-on' = OCI미술관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4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 신종민의 개인전 'Add-on'을 선보인다.

Deus ex machina_steel, cement, silk, magnet, acrylic_dimensions variable_2024 [사진제공 = OCI미술관]


가상 세계에 입장한 듯, 오래된 디지털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신종민이 그의 삶에 존재하는 인물과 공간,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조각들이 모여 구축한 또 다른 세상이다.

전시실의 모든 존재는 현실 속에서의 정체성은 까맣게 잊은 채 작가로부터 낯선 맥락을 부여받았다. 아버지의 형상을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메시아로 묘사하고, 군 면제를 받은 친구에게 군복을 입혀 입대를 은유한다. 자신의 페르소나에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붙이고 한 손에는 권총, 다른 손에는 기다란 검을 장착시켜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한다. 이 모두가 다음 전시에서는 한없이 미약해질 수도, 혹은 세계를 제패할 힘을 얻어 우주를 지배하는 존재로 탈환할 수도 있다.

조각들은 그 자체로 현존함과 동시에 다음 작업 제작을 위한 작가의 데이터베이스에 예속된다. 그 자체가 원본이며 재료이다. 원본은 영원히, 끊임없이 증식되며 완성의 순간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을 알린다. 더하고 덧대며 무한한 형상과 내러티브를 얻는다. 골조 위 붙은 외형을 개조하며 영구히 변화하는 이 조각들은, 마치 게임 속 캐릭터에 새로운 아이템을 부여하며 모습을 바꾸고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과 유사한 듯 보인다.

신종민 'Add-on' [사진제공 = OCI미술관]


디지털 환경 속 대상의 존재와 증식의 생태를 창작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흥미롭다.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조각 제작 방식에 녹여낸 셈이자 물성 없는 존재들에 작품이라는 형태의 물성을 부여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등에서 발생하는 부분적 한계를 수정, 보완하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특정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환시키는 방식을 일컫는 '애드온(Add-on)', 특히 게임 환경에서 유저들이 기존 요소를 재료로 새롭게 만든 2차 창작 콘텐츠를 일컫는 '모드(MOD)' 등의 논리를 작품 제작 방식에 적용하여 새로운 조각론을 구축하였다. 현실을, 나아가 자신의 작업을 2차 창작하는데 이른다.

그의 조각은 변화를 마다치 않는 속성 덕에 아이러니하게도 영속을 얻어낸다. 찰나의 순간에 조각은 스스로를 다시 전복한다.

윤형근,'다색‘ 88-80, 80.2×130.3cm, 1988년. [사진제공 = 청주시립미술관]


▲ 윤형근 '담담하게' = 청주시립미술관은 한국추상미술 대표 작가 故 윤형근(1928-2007) 기획전 '윤형근 담담하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60년대 초기작부터 타계하기 전 2000년대의 대표작들과 국내 미공개된 작품, 드로잉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공개한다.

작가는 1928년 충청북도 청주출생으로 미원초등학교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청주 상고에 입학하여 당시 일본에서 서양미술을 배우고 후학을 양성하던 안승각 선생의 사사를 하며 화가의 길로 입문했다. 해방 후 서울로 상경하여 훗날 장인이 된 김환기 화백의 가르침 속에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이나 고목, 흙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주목하고 수묵화의 농담 기법을 차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물감이 번지는 느낌을 두세 개의 기둥으로 표현한 단색화는 여백과 대조를 이루며 묘한 한국적 정서를 끌어낸다. 90년대 서구 미니멀아트를 접하고 극단적 단순함을 추구하며 색채와 재료의 사용에도 절제된 미의식을 지향하였다.

윤형근 '담담하게' [사진제공 = 청주시립미술관]


윤형근의 화풍은 추사 김정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처럼 그의 그림에서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옛 선비정신의 품성이 느껴진다. 생전 말수가 적어 ‘침묵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간결한 삶의 모습이 예술과 삶이 일치됨을 알 수 있다.

청주 출신 작가들과 친분도 지속하며 지역 미술 발전에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 단색화에 단초가 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진솔한 내면세계를 응축해 화폭에 담아낸 정제된 색채, 그리고 단순한 형태에서 그의 미묘한 심미감을 담담하게 느껴볼 기회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충렬로 청주시립미술관.

Arrival in the East 2021, Oil on canvas, 138.8x 167cm [사진제공 = 선화랑]


▲파토 보시치 개인전 '마술적 균형 :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것, 꿈의 풍경과 영혼의 상징적 지형을 가로질러' = 선화랑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파토 보시치의 국내 첫 개인전을 진행한다. 칠레 출신으로 런던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는 남미의 뿌리, 유럽 그리고 현재의 영국 환경에 영향을 받은 독특한 관점을 화면 속에 제시한다.

그의 예술은 생동감 넘치고 몰입감 있는 추상적 풍경화로 유명하며 자연과 환상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인 보시치의 작품들은 진정한 모험과 여행의 감각을 묘사한다. 이 두 가지는 작가에게 필수적인 요소이자 그의 작업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동력이다.

Ghost Procession, 2023, 53.3x53.3cm, Oil on board [사진제공 = 선화랑]


작품에서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사용해 형태, 질감, 개념의 실험을 전개하는 그는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인상적인 화면 속에 깊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시각적으로 놀라운 예술작품을 창조하며 평론가의 찬사를 받아왔다. 작가는 우리를 유희적이고 마법 같으며 몽환적 병치(竝置)의 세계로 인도한다. 풍경, 인물, 사물, 상황이 재창조되고 재구성되며 시적 환영(幻影)으로 변모한다.

Belly of an Artist, 2023, Oil on canvas, 173x124 cm [사진제공 = 선화랑]


고전 문학과 그리스 신화에 대한 관심, 그 영감을 통한 작가만의 독특하고 상징적 주제는 화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의 역할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색하고, 주변 세계에서 창의적 영감을 끊임없이 찾는 마법적 인물로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그의 대표작 '탑의 마법 Tower with Oysters(Conjuring of the tower)', '마법적 균형 Magical Equilibrium'에서 그 특징은 더욱 잘 드러난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선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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