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나름의 혁신 통해 새 시장 개척 성공해오늘날 통신기기 시장 최대의 제품은 스마트폰입니다. 또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애플과 삼성으로 양분됩니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전자기기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했습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다양한 혁신 제품을 들고나와 경쟁을 벌였습니다. 통신 기술의 강자 모토로라, 국내 벤처 신화 1세대인 아이리버가 대표적입니다.
두 기업은 스마트폰이 탄생한 뒤 애플, 삼성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에 밀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 보이는 일만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살아남았습니다.
오디오에서 밀린 아이리버, 오디오로 부활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 건 디지털 음악 재생기, 일명 'MP3 플레이어'였습니다. 지금은 극소수의 제품을 빼면, MP3 재생기는 휴대폰 내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완전히 통폐합된 상태입니다.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가 태동해 짧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출범한 한국 벤처 기업입니다. 1999년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출신 7명이 창업했고, 한때 플래시 메모리형 MP3 시장 1위를 차지하며 '벤처 신화 1세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아이팟'을 들고나온 애플이 아이리버를 추격하는 후발주자 신세였지요.
이후 애플 등 경쟁사와의 극심한 경쟁, 스마트폰 탄생 이후 시장이 급격히 축소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아이리버도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됐으나, 이후 21분기 내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습니다.
내리막길을 걷던 아이리버의 구원투수도 '오디오'였습니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축소했지만, 반대로 '고품질 음원 재생'을 갈망하는 소비자는 늘었습니다. 디지털 음악 재생기는 음원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음향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런 단점을 최소화한 고품질 하이엔드 제품과 소프트웨어로 차별화를 꾀한 겁니다.
2019년 이후 아이리버는 사명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바꾸고, 무손실 음원 플레이어를 제조하는 한편 음반 플랫폼도 관리하는 등 복합적인 '오디오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보안 산업의 애플' 된 모토로라
통신 산업의 전통 강자인 모토로라도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실제 지난해 모토로라가 야심 차게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40'은 국내에서 수백대가량밖에 팔리지 않아 뜻하지 않은 굴욕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모국인 미국에서도 점유율 10% 수준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3위입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오늘날 정말로 돈을 버는 사업 영역은 스마트폰이 아닌, 보안 시장입니다. 폐쇄회로(CC)TV, 무전기, 재난 통신망 사업에서 모토로라 솔루션은 이미 서구권 1위입니다.
모토로라는 20세기 중반부터 무선 네트워크 기술에 투자해 온 '통신 기술 업체'였습니다. 휴대폰 등 무선 통신기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덕분입니다.
하지만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정말로 빛을 발하는 건 극한 환경에서입니다. 지진, 화재 등 대형 재난으로 인해 일반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선 튼튼하면서도 언제든 작동할 수 있는 무전기가 절실합니다. 모토로라 솔루션이 독점하다시피 한 제품군입니다.
오늘날 모토로라 솔루션은 일반 무전기를 넘어, 재난 현장 감시 장비와 명령 전달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생태계'를 제공합니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을 둘러싼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듯이, 모토로라는 경찰, 소방당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을 맺습니다.
모토로라 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영업익은 약 23억달러(약 3조1742억원)로 건실한 실적을 냈습니다. 이 가운데 무전기 매출만 70억달러(약 9조6600억원) 이상에 달할 만큼 견고한 수요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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