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덮친 AI]③"인간이 낼 수 없는 기괴한 표정 오싹"…제작비 0원 AI영화 봐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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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7. 오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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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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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마블영화 누구나 제작 가능
"1년 내 100% AI 영화 관람 가능"
생성형 AI, 미래 영화시장 핵심 기술되나
편집자주대중문화계가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작비 절감과 풍부한 영상 제작은 장점이다. 아역배우나 동물 촬영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반면 대중문화계가 AI 기술을 활용할수록 연예인들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광고나 보이스피싱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대중문화계에 스며든 AI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AI 기술의 활용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 제도적 보완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AI 영화 '원 모어 펌킨' 한장면


“이제 너희는 저승으로 갈 때가 됐다.”

“갈 때 가더라도 식사는 잡수고 가.”

인공지능(AI) 영화 ‘원 모어 펌킨’의 한 장면이다. 시골의 한 마을에서 호박농장을 운영하는 노부부는 자신들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에게 이상한 호박죽 한그릇을 먹인다. 노부부가 200살 넘게 장수한 은밀한 비밀이 바로 이 호박죽에 있다는 내용이 펼쳐진다. 영화는 기괴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전하듯 내레이션을 타고 이야기가 흐른다. 눈코입 파인 호박으로 만든 죽이 불 위에서 끓고 호박을 잘근잘근 씹는 소리가 오싹하다.

중앙대학교 영화과 출신 1993년생 권한슬 감독은 친구 사무실과 스터디 카페를 오가며 5일 만에 ‘원 모어 펌킨’을 만들었다. 권 감독은 시나리오를 토대로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찾았다. 배우 없이 AI로 화면을 만든 것이다. 야외촬영, CG(특수효과), 음향 등 모든 과정을 AI 프로그램으로 완성했다. 실제로 촬영했다면 최소 1~2억원은 족히 들었겠지만, 제작비는 0원. 노동력과 전기세 정도만 들었다. 이 영화는 최근 두바이에서 열린 제1회 AI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AI로 만든 기괴한 노부부의 얼굴과 호박 형체, 호러 장르적 특성 등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영화 '어나더' 한 장면

AI 영화 얼마나 제작되고 있나

AI는 영화 제작에 얼마나 활용되고 있을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올해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영화계 환경 변화가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5일 영화제에서 AI 도입에 대해 “미래를 위한 혁신”이라며 “거대 자본 없이 할리우드 영화를 이길 기회를 꽃피우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AI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 본선 진출작은 ▲‘원 모어 펌킨’(감독 권한슬) ▲‘폭설’(감독 배준원) ▲‘언더 더 사인 오브 더 문’(감독 박성원) ▲‘파이널 씬’(감독 차세환), ‘어나더’(감독 데이브 클락/미국) ▲‘코끼리가 들려주는 말’(감독 그루칸 아타칸/튀르키예) ▲‘제너레이션’(감독 리카르도 푸세티/영국) ▲‘발전의 주기’(감독 야마구치 히로키/일본) ▲'키스/크래시'(감독 애덤 콜/영국) ▲‘라텍스 키드’(감독 프란 가스/스페인) ▲‘이상한 서커스의 소동’(감독 에테리얼 귈/프랑스·미국) 등 15편이다. 이 중 한국영화는 4편, 나머지 11편은 해외 젊은 감독이 만들었다.

야마구치 히로키 감독의 ‘발전의 주기’는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런웨이 Gen(젠)-2를 사용해 영상으로 변환했다. ‘수노’가 음향을 만들고, 가사를 챗GPT로 붙였다. 데이브 클락 감독의 ‘어나더’는 출품작 중 시각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기술을 활용했다.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를 각색한 박성원 감독의 ‘언더 더 사인 오브 더 문’은 런웨이, 파이어플라이어로 영상을 만들고 일레븐랩스로 음향을 완성했다. 대본은 챗GPT로 썼다

3일 경기 부천시 웹툰센터에서 진행된 부천영화제 AI워크숍에서 데이브 클락이 참가자에게 조언하는 모습[사진=이이슬 기자]

데이브 클락 감독[사진제공=BIFAN]


올해 부천영화제는 2박 3일간 ‘AI 영화 제작 워크숍’을 열었다. 신청자는 30명이었으나 600명이 몰리자 60명으로 증원해 참여자를 선정했다. AI 영상 전문가가 여러 AI 유료 툴 패키지로 멘토링을 했는데, 20대 초중반 영화학도와 대학 교수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한라대학교 강사 문재우 씨는 “AI 영상을 만들어보니 장단점이 명확하다. 실사와 AI의 결합은 장점이다. 영화를 만들 때 VFX(시각특수효과) 비용이 통상 500~600억원 이상 드는 데 AI를 활용해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 대규모 인원이 등장하는 장면도 AI로 작업하면 인건비가 절약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AI가 정확히 찾아주진 않아 반복 작업을 거쳐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막연히 두려웠는데, AI를 사용해보니 창작자로서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구로 활용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했다.

수백, 수천억 ‘마블 영화’ 누구나 제작 가능

영화·TV·광고 분야에서 AI 활용 스토리텔링의 선구자로 꼽히는 데이브 클락 감독은 ‘AI 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비용 절감과 저변 확대를 꼽았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카메라를 사지 못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스토리보드를 만든 경험을 전하며 영화 제작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과거 할리우드 엘리트층에 국한된 대형규모 영화를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AI를 활용하면 마블의 ‘어벤져스’ 같은 영화를 기존 예산의 절반에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락 감독은 영화산업의 침체 속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XR, VR 기술은 서서히 발달했지만, 생성형 AI는 전례 없는 속도로 급부상했다”며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 영화 제작이 확장돼 1년 이내에 100% AI 생성 영화 관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영화 제작 핵심은 ‘생성형 AI’

마켓앤마켓은 전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3년 1502억달러에서 2030년 1조3452억달러로 9배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32% 성장해 2031년 1265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화 제작의 핵심은 생성형 AI다. AI 영화를 소라, Gen-2·3, 수노 등 다양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도구로 활용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챗GPT 개발사 오픈 AI가 공개한 소라는 대표적인 생성형 AI로 꼽히는데, 현재 영화 제작에 가장 활발히 활용된다. 생성형 AI의 예술시장 규모는 2022년 2억1200만달러에서 2032년 58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가 생성한 콘텐츠 비중 역시 2020년 1%에서 2025년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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