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리튬 공장 건설中…수직계열화 속도
일각서는 배터리 수율 문제…"연말 외주화 가능성"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의 4680(지름46㎜·높이80㎜) 배터리 양산·가격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생산원가 비중이 높은 양극재, 리튬 정제 공장까지 투자해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히며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머스크 "연내 어떤 곳보다 배터리 싸게 생산할것"
26일 테슬라 공식 유튜브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배터리셀 가격은 D램 시장과 비슷하게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연말까지 어떤 공급업체보다 훨씬 싼 비용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가격 패리티(parity·등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발언은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가 '4680 배터리를 소개한지 4년이 지났다. 배터리를 더 저렴하게 만들기 위 테슬라의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데 대한 답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 9월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4680 배터리를 소개한 바 있다.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2170(지름 21㎜·길이 70㎜)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날 주총의 최고 화두는 머스크의 경영 성과에 따른 66조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지급 재승인 안건이었지만 머스크는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서도 다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머스크는 이날 발표에서 "테슬라 기가텍사스 공장 뒷편에는 양극재 공장을 지었고 텍사스 남부에는 리튬 정제 공장도 가지고 있다"며 "퍼즐의 조각을 모두 갖춘 셈. 사이버트럭에도 테슬라가 자체생산한 4680배터리 셀을 모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5월 4.86㎢ 면적에 3억7500만 달러(약 5044억원) 규모의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수산화리튬 생산을 2025년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배터리 생산 원가에서 비중이 가장 큰 양극재와 리튬 가공 공장을 직접 짓는다는 것은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수직계열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머스크는 4680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이다. 그는 "(배터리 생산에 있어)수직적으로 가고 있다"며 "(이 투자는)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내재화에 눈독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정체)에 따라 내재화 목소리가 높지 않지만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일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자체 생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배터리 수급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원가 축소·대량 양산이 현실화하면 다른 완성차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머스크 장담에도 의문 부호 남는 4680 배터리 수율
이런 머스크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에볼루션은 최근 테슬라가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셀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업체에 전적으로 맡길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자체 제작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2170 배터리 대비 성능 향상폭이 뛰어나지 않은 데다 충전 속도 및 생산 단가 등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이다.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는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단행하며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었는데 올해 연말까지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면 4680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업체에 전적으로 공급을 맡길 수 있다"고 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수율(양품 비율)이 20~40%에 불과하다는 추정도 나온다.
테슬라는 '건식 코팅' 기술을 활용해 4680 배터리 제조 속도를 늘리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만4000대 가량의 사이버트럭에 탑재할 만큼의 4680 배터리셀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은 목표에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건식 공정은 기존 습식 공정에 비해 건조·캘린더링(압연·압착) 공정이 생략돼 생산 시간과 처리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며 "대량 생산에 적합한 공정을 갖추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는데 테슬라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