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사격황제’, 여의도 갈등 정치 ‘슛오프’
● 한동훈, 당의 혁신 이끌어낼 외유내강 리더
● 청년 일자리와 주거 지원 정책, 획기적 개선 절실
● 올림픽 이후 민낯 드러낸 체육계 비리 바로잡겠다
● 국민의힘, 선민후사 정신으로 혼신 다해 민생 챙겨야
‘사격황제’로 불리던 그가 정치적 소신을 드러낸 것은 2022년 20대 대선이 처음이다. 진 의원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 일로 대한체육회 행동강령인 정치적 중립을 위배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그가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여겼다. 예상은 빗나갔다. 당시 진 의원은 정치권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았다.
3월 4일 사격선수로서 은퇴식을 가진 그는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당선했다. 이어 7월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청년최고위원으로 우뚝 섰다. 이제는 진종오의 시간이다. 한 대표가 말한 ‘슬기로움’을 진 의원이 국민에게 보여줄 차례다. 정치 신인이자 청년최고위원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동훈 대표가 비대위원장이던 시절 국민의힘 국민인재로 영입됐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랜 기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애국심과 책임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여야 대립이 심한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국민인재로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는 진정한 중도층인 청년들의 정치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다.”
‘친한동훈’계 인사로 꼽힌다. 한 대표와 인연이 궁금하다.
“한동훈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법무부 직원들의 세계대회 참가를 위한 사격 티칭(teaching)을 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팬이 됐다. 국민의힘 인재로 영입돼 정치를 시작할 때 가장 반겨주신 분이기도 하다. 함께 당 지도부에 입성한 이후에는 당 지도부로서 상의할 일이 있거나 의정 활동과 관련한 조언이 필요할 때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소통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한동훈 대표의 어떤 면이 인상적이었나.
“외유내강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당대회 기간 한동훈 대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많은 고민을 하는 동시에 밖으로 할 말은 강하게 하는 한동훈 대표의 모습에서 외유내강 리더십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청년최고위원으로서 한동훈 대표와 함께 혁신적·포용적 정책을 펼쳐 국민의 마음을 얻고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청년최고위원으로서 현재 가장 심각한 청년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해결이 가장 시급한 사안은 경제 문제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1순위로 내세운 정책 역시 청년의 어려운 삶을 개선하는 경제 공약 실행이다. 당정이 합의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주거 지원 제도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의 전국적 의무화나 청년 벤처·인공지능(AI) 기업 육성,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확대 등 청년들의 금융 관리 능력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세 사기를 비롯해 청년 주거 문제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현안이다. 주거 보증금 매칭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주택 청약 방식 개선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주거 지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청년 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하셨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는 청년이 정치권에서 일회용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청년이 이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청년인재 영입과 당 차원의 육성은 우리 당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기득권이 자리 잡고 있는 지금의 정치 구조에서는 청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당 청년최고위원이자 당연직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청년인재영입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우리 당,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청년 인재들을 발굴, 영입해 청년의 목소리가 비전과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 청년세대에 희망 고문이 아닌 참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자 한다.”
“청년층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다. 청년세대의 고용·주거·결혼 문제를 해결할 청년정책위원회를 정부 부처 내 신설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각 부처의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 체감도 높은 청년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총선 이후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이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이번 총선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총선 참패로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우리 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개혁해야만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계파정치에서 탈피해 민생정치에 집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폭염으로 전기료 감면 정책,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및 반도체 특별법 추진 등 민생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야당에 제의했다. 역대급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나, 파리 올림픽에서 거둔 우리 국가대표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반지하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청년 고독사 문제 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로지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생각해 둔 해법이 있나.
“거대 야당 민주당의 입법 독주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사라진 어젠다를 회복해 여당으로서 존재감을 찾아야 한다. 명확한 어젠다 설정과 선민후사의 정신으로 민생정책을 펼쳐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둔다면 잃어버린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 맞춰 민심에 귀 기울이며 중도·수도권·청년층 외연 확장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슬럼프나 좌절에 빠진 적이 있나.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총을 잡았다. 2021년 7월 도쿄 올림픽 직전 사격 훈련을 마치고 권총을 케이스에 넣다가 손이 끼여 손바닥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황당한 사고였다. 올림픽 직전에 사고를 당하니 눈물이 나올 만큼 당황스러웠다. 이후 나는 도쿄 올림픽 남자 10m 공기 권총 예선에서 15위를 기록하며 예선 탈락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선수 생활을 하면 언젠가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흔들리는 멘털(mental)을 다잡지 못하거나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면 끝이니까,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다. 약해질 때마다, 멘털이 깨질 때마다 메모했다. 내가 나약해지는 부분, 내가 안 되는 부분, 내가 잘한 부분 모두 그때의 상황과 함께 세세하게 다 메모했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예전에 했던 메모를 읽고 또 읽었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훈련일지를 작성하듯 일기장에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화하고 뒤돌아보며 반성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방황하거나 힘들 때 마음을 다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살면서 그만큼 베풀겠다는 좌우명을 항상 되새기며 살았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베풀고자 하는 대상이나 활동 반경이 국가대표 선수로 뛰던 예전과 비교해 지금은 훨씬 넓어지지 않았나 싶다. 받은 사랑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국회의원 진종오로 거듭나겠다.”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해하는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사격이라는 종목은 마지막 한 발을 쏠 때까지 결과를 모른다.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인생 목표를 세웠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그럼 어느새 자신의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선배 체육인으로서 올림픽을 지켜보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스포츠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훌륭한 기량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선수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아울러 패럴림픽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바다. 또한 이번 올림픽 사태를 통해 그간 체육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불합리한 관행과 비리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자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으로서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과 당정 협의를 통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다.”
여기서 언급한 ‘민낯’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 선수가 폭로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갑질과 불통 등 체육계의 뿌리 깊은 문제를 말한다. 진 위원은 인터뷰 말미에 “선수의 훌륭한 기량을 위해 각 협회의 지원은 필수적이나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체육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체육계 관행과 비리를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MZ세대의 사회적 인식은 한마디로 ‘공정에 대한 갈망’이라고 집약할 수 있다. 자기 노력과 능력과 실력대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개설했다. 명실상부한 K-스포츠의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