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마음 돌린 계약 조건?…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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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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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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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영웅’…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 버리지 않아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감독.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홍명보 K리그1 울산 HD 감독이 차기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그간 꾸준하고, 완강하게 거절의 뜻을 밝혀왔던 터라 전 국민이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의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 홍 감독은 공식적으로 2027년 1∼2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가량 임기를 받았다.

아직 홍 감독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과 최종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밝혔다.

먼저 이 이사는 이날 취재진 대상 브리핑에서 선수단 장악 능력 등 홍 감독의 장점과 현재 협회가 처한 상황 등을 합쳐 총 8개의 선임 사유를 설명했다.

이 이사가 언급한 항목은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을 꼽았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오후 11시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이 이사를 만난 후 돌연 입장을 뒤집고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5개월가량 정식 사령탑 없이 A매치를 치른 한국 축구는 비로소 수장을 찾게 됐다.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외국인 감독과 면담하러 유럽으로 떠났던 이 이사는 지난 5일 귀국해 홍 감독의 자택을 찾아갔다. 오후 11시에 약식으로 열린 ‘심야 회담’ 자리에서 이 이사가 간곡하게 홍 감독을 설득했다. 

이 이사가 제안한 파격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축구의 당면 과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다. 오는 9월부터 이 대회 본선행을 결정하는 3차 예선이 열린다.

하지만 이 이사는 이를 넘어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단기간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것보다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팀 정신’을 만드는 탁월한 지도자

또 홍 감독의 전술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 축구의 중심 유럽 출신의 코치를 적어도 2명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이사는 “(이런 조건을) 홍 감독님도 받아들였다. 홍 감독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유럽 코치들과 조화가 이뤄진다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간 연계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봉도 외국인 지도자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 감독조차도 유럽 등에서 활약하는 지도자에 비하면 처우가 떨어진다.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연봉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도 당당하게 요구했다”라며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지도자라 표현하며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이 중요해 국내 지도자를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 역시 그간 마음을 정하지 못한 건 외적인 조건보다 바로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선수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앞장섰고, 지도자로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며 지도자로서 최악의 시기를 겪은 홍 감독은 이후에도 축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여러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려 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선임 작업을 지원하는 등 행정가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울산 지휘봉을 쥐고 구단의 17년 만의 우승과 2연패를 이끌며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한편 이번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홍 감독은 2020년 12월부터 이끌어온 울산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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