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당국은 일단 안 된다는데…왜?

입력
기사원문
송현주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규제에 멍드는 가상자산] ③
해외, 비트·이더 등 현물 ETF 승인…가상자산법 앞두고 촉각
한국, 여전히 중개도 발행도 금지…"금융 안정 저해 가능성"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미국 등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는 의견과 함께,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대 및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 확대와 금융 안정 저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가상자산법이 7월 시행을 앞두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공약을 내걸며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한국 시장에 이를 도입하는 방안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기업에 투입돼야 할 금융 자본 상당 부분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승인을 거부해왔으나 지난해 8월 법원이 SEC의 상장규정 개정 불승인에 대해 취소 명령을 내리면서 올해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허용됐다. 홍콩과 영국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영향을 받았는데 홍콩은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 중인 더 급진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ETF를 허용한 반면, 영국은 기관투자자에 한정적으로 허용했다. 

반면 한국 금융 당국은 여전히 이를 금지한 상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현물 ETF 중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현물 ETF 중개는 자본시장법과 기존 정부 입장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정의돼 있지 않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 따르면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 변화에 연동돼 운용되는데, 기초자산에는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만 있을 뿐 가상자산은 명시돼 있지 않다.

기존 정부의 입장에 위배된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제도권에 있는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사의 가상자산 소유 등을 금지한 바 있다. 소비자 보호 이슈와 함께 자본시장 내 자금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 중인데, 가상자산 현물 ETF로 자금이 빠지면 당초 기획한 한국 증시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단 지적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의 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 "현행법상 불가" 입장 고수…소비자 보호·밸류업 악영향 우려


다만 대부분 국가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의 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투자자산의 확대보다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포섭의 의미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ETF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투자자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기반 ETF가 투자가 어려운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도권 시장에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거래되면 규제당국이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의 현·선물 가격,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제공해야 하는데 관련 금융기관은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투자자자는 가상자산에 대해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 발행,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 기반 상품개발과 운용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중개와 상품 출시 허용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약하는 등 여야 모두 가상자산 활성화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기반 ETF의 발행 및 거래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문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 현물거래로 인해 국내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욱 많이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하면 이를 운용하거나 중개,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연계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 이에 투자한 연기금 등이 관련 포지션을 청산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통 자산을 매각해 전통 자산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등 위험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 논의에 있어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며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 기반 ETF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 방안이 잘마련돼야 하는데 가상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는 현 시점에서 가상자산이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방안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