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정부 조사 결과, 폐지를 줍는 노인이 만 4천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 하루종일 폐지를 주워도 손에 쥘 수 있는 건 몇천 원 정도라는데요.
그럼에도 노인들이 폐지 수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이승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오전 기온이 이미 32도를 넘었습니다.
폐지를 줍는 73살 최준기 씨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집 앞에 내버려진 종이 상자에서 테이프를 떼고 일일이 정리해 손수레에 싣습니다.
[최준기(73살)]
"좀 지치죠. 여름에 아무래도 햇볕 쬐고 그러면 짜증 나고 그런 거죠."
골목골목을 돌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허리를 숙이고, 지나다니는 차를 이리저리 피하며 손수레를 끕니다.
오전 내내 모은 폐지는 30kg입니다.
[최준기]
"<얼마예요?> 2천 원입니다."
요즘 폐지 가격은 kg당 60-70원.
하루종일 100kg을 모아야 6천 원이지만, 이 돈으로 손자 용돈도 줍니다.
[최준기]
"가벼운 것만 있으면 소용없고 뭐 과일 박스가 좀 있고 그런 거면 좀 많이 올라가고…모아서 애들 오면 주는 재미도 있고…손자들 얘기하는 거죠."
찌는 듯한 열기에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땀이 쏟아지지만,
"어휴. 눈도 안 보여. 땀이 많이 나서…"
폐지를 주워 몇천 원이라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권상준]
"안 하면 어떡해요. 해야지. 이렇게라도 한 번 해야 약값이라도 벌어야지. 양쪽 무릎 수술해서 빚이 조금 있어요."
[김숙자]
"힘들어도 갖다만 주면 돈 주니까. 집에서 놀면 뭐해요."
폐지를 줍는 노인은 평균 나이 78살로 전국에 1만 4천 8백여 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됩니다.
90%가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데, 이 연금 등을 포함해도 월 평균 소득은 76만 6천 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폐지 수거를 노인 일자리 사업중 일부로 포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가 소득이 늘어, 잘 받아오던 기초연금을 오히려 못 받게 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노인 일자리 사업에 따른 급여가 공식적인 급여로 잡히기 때문에 기초생활 보장 제도라든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를 해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 수준입니다.
MBC뉴스 이승지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박초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