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금융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파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톤의 입장 발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직접적인 책임론 뿐만 아니라 올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문제까지 폭넓게 겨냥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깜짝 발언에 이어 지난 25일에 KBS 대담프로에 나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날 금융감독원도 손 전회장의 부적정 대출 취급과 관련한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우리금융이 밝혔던 해명을 조목 조목 반박하면서 우리금융에게 숨 쉴 틈을 주지않고 코너로 몰았다.
임종룡 회장이 정통 금융관료 출신인데다 금융위원장(2015.03~2017.07)역임한 바 있고, 국내 금융계에서 가지는 무게를 감안하면 예상밖의 상황 전개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앞서 우리은행측은 “해당 사안은 여신 심사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공개한 추가 설명자료는, 마치 수사당국이 피의자 조서에 주석을 붙이듯 자세한 타임라인에 따라 우리금융측의 해명을 무력화시켰다.
이에 따르면 먼저 금감원은 이번 전임 회장의 부적정 대출과 관련, "인지시점에 여신 심사소홀 등 외에 범죄혐의가 있음을 알았다면 2023년4분기에 이미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우리은행은 이미 올해 1월∼3월 자체감사, 4월 자체징계 과정에서 지난 8월9일경 수사기관 고소내용에 적시된 범죄혐의 및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은행의 늑장 대처와 관련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작년 7월부터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여신이 부실여신 검사 대상으로 계속해서 통보되던 상황에서 같은해 9~10월경 여신감리 중 동 여신이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에 대해 감독당국 보고, 자체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금감원은 "(우리은행은) 해당 본부장이 퇴직한 이후인 올해1월이 돼서야 자체감사에 착수한 바 있으며, 올해 3월 감사종료 및 4월 면직 등 자체징계 후에도 감사결과 등 내용을 금감원에 알려온 바 없다"며 "올해 5월경 금감원이 제보 등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하고 나서야 동 감사결과를 금감원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체 우리은행이 감사과정에서 영업본부장과 차주의 범죄혐의를 인지하고서도 금감원 검사(6.12~7.19)결과, 8월9일경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에 수사기관에 관련자를 고소했음을 상기시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이 밝히고 있는 우리금융 경영진의 인지 시점이다. 이는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작년 9~10월 여신감리부서는 전직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한 사실이 있으며,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올해 3월경 감사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작년부터 사외이사 간담회 정례화, 작년12월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이번 전직 지주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는 등 그간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대응절차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금융회사의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