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라인 사태에도 우려 불씨…업계는 냉정한 시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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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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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 성남에 있는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일본 ‘라인야후 사태’가 촉발된 라인(LINE) 개인정보 보안 사고에 대한 일본 총무성 1차 행정지도 이후,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라인 지분 매각 협상이 약 4개월 만에 우선 일단락됐다.

네이버가 단기적으로는 라인야후 공동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식화했고, 소프트뱅크도 네이버 노동조합 반발과 한국 여론 등을 의식해 자본관계 재검토 움직임을 당분간 멈추기로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다.

일부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의 ‘라인 강탈’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하지만 업계는 급한 불이 꺼진 상황에서 민간 자율적 판단에 부담을 줄 추가적인 정쟁 도구화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를 단기적으로 단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모두 기존대로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아사히는 “한국 야당 일부와 네이버 노동조합이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반발했다”며 “일본 정부 내에서 라인야후를 둘러싼 문제가 한일 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분 매각 협상이 향후 언제든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여지는 남았다. 아사히는 소프트뱅크 관계자 말을 빌려 “소프트뱅크는 장기적으로 라인야후를 (일본의) ‘국산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주식 매입을 중장기 목표로 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라고 전했다.

네이버 노조가 지난달 25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해민·김준형 의원(조국혁신당), 김용만·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4개 의원실과 공동으로 ‘일본의 대한민국 IT 기술 침탈 시도 저지를 위한 네이버 노조 긴급토론회-라인 외교 참사의 나비효과’를 주최했다.


◆라인야후 사태 일단락…野 “불씨 여전” vs 與 “정치적 악용 도움 안 돼”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든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 사회민주당을 만나 라인야후 사태 공동 대응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 협공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행정조사로 인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제2의 라인야후 사태를 우려해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한일 양국 간 다양한 경제 및 산업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다른 나라에서 일본에 투자할 때도 우려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플랫폼은 핵심 자산이기에 일본 측에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바란 것”이라며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고, 일본에는 우익정치인을 비롯해 라인야후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이 같은 야당 의원들 언행이 정치적 반일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라인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며 우리 정부를 친일 정부라고 몰아세웠다”며 “외교적 차원이든 양국 간 경제협력이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만을 증폭시켰다”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현안 질의 증인으로 참석했다.


◆정치권 관심 마냥 반기지 않는 업계“라인야후 사태, 냉정한 시각 되찾아야”

업계에서는 정치 사회적 사안으로 번진 기업 문제에 국가적인 차원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과도한 쟁점화는 기업들에 일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라인야후 사태 현안 질의를 위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수연 대표는 8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지만, 네이버와 정치권 모두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업계 시각이다. 회사로서는 그간 논의 상황에 따라 기존 회사 공식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의원은 최 대표를 향한 윽박지르기 성 질의와 호통만을 반복해 ‘보여주기식 기업인 소환’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현재 진행형인 사안을 두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재현 되지 않을지 업계가 벌써부터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업계는 이번 사태 본질을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가 아닌, 라인야후가 독립된 기업으로서 라인 서비스 보안 거버넌스를 재구축한다는 데 주목한다. 라인야후가 이달 초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재발 방지 2차 보고서에는 독자적 보안 체계 마련 현황과 향후 계획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자본 관계 재검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본 총무성은 “(회사가)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제시했고 일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보고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상 역시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정지도가 ‘자본적 관계 재검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이번 사안이 ‘라인 강탈’로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사용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과 더불어 데이터 주권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효과도 있었다”며 “반일, 반한 감정에 앞서 냉정하게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일은 네이버가 라인 강탈 위협을 받았다기보다 라인야후가 자체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모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네이버와는 완연히 분리된 독립기업”이라며 “네이버가 라인을 개발한 지 10년이 넘었기에 그간 일부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을 재정비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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