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의 M&A 광폭 행보, 과연 성과낼까… "M&A 시장 물 흐린다"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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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2. 오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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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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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상상인저축은행 이어 롯데손보도 결국 인수 포기 결정

-'가격 민감한데'…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전망도 엇갈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이번에도 간 만 보고 빠진 격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M&A에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금융계 일각에서 "시장 물을 흐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위해 이곳저곳 들여다보며 접촉하는 곳은 많은데, 정작 실질적인 인수에 나서는 곳은 드물어 시장에 나온 매물 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만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그간 행보와 자금적인 부분 등을 비춰봤을 때, 현재 추진중인 보험사 동양생명·ABL생명 M&A 레이스도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발을 뺐다. 지난달 28일 우리금융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본입찰 불참 사실을 밝혔다.

우리금융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한 표면적인 사유로 "가격적인 측면이 컸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추측이다. 실제 시장에 알려진 롯데손보의 매각가는 2~3조원에 달했는데, "오버페이는 없다"고 강조해 왔던 우리금융이 제시한 금액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본입찰에 임박해 돌연 중국 자본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시장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가격적인 우위에 서기 위해 여러 보험사들을 후보선상에 올려놓고 '간보기 전략'을 일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커졌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외부에 알려진 중단 사유는 '가격적인 이견'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롯데손보 인수 과정에서 중도하차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금융권 일각에선 M&A 성사에 회의적 시선이 커진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보험사 M&A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우리금융이 금융그룹 지각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한다고 나섰을 때에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는데, 결국 매물가치에 영향만 주고 또 발을 뺀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매물을 검토하다 도중에 발을 뺀 것은 결과적으로 해당 매물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매물 가격을 올려 다음 플레이어의 부담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최근 인수하기로 한 포스증권의 가격이 높지 않았고, 또한 (우리금융이) '매수우위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있었으면 여러 보험사들을 한 번에 사들이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움직임 또한 진정성이 의심받는 모양새다.

우선 동양생명의 자산 규모는 32조원, ABL생명과 패키지로 인수할 경우 합산 보험사 자산규모만 50조원에 달하는 만큼 가격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금융이 그간 비은행 M&A에 있어 가격적인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증권가에선 "우리금융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 보다는 낮은 가격에 패기지 인수를 타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밝혔던 자금 여력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채권 등의 자본 수혈을 감안하면 2조원 정도의 여력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M&A'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임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후보군으로 롯데손보를 점찍으면서 보험사 M&A 시장이 활로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수장으로 지내던 시절, NH투자증권 인수로 성공적인 M&A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임종룡 회장 정도되는 굵직한 인물이기 때문에 비은행 M&A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었다"며 "앞으로 어떤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지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M&A의 성공여부는 결국 결과물을 놓고 최종적으로 평가해야하는 만큼 롯데손보 인수 포기만으로 우리금융의 행보를 다분히 간보기 전략으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에서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고,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 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큰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금융의 생명보험 M&A 추진 건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치명적인 내부통제 문제를 M&A 건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우리금융 횡령 사고를 놓고 임종룡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은 임종룡 회장을 향해 “취임 1년여만에 10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융사고가 재발한데다 계열사 4곳에서 9건이라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종룡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백억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며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등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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