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 첫 재판서 정치자금법 혐의 부인…"내 직업은 마케터"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는 명씨의 휴대폰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통화한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김영선 공천을 직접 얘기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건희 여사가 명씨에게 '당선인이 전화했다. 걱정 말라'고 말한 통화 녹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폰 3대와 USB 1개에 대한 포렌식을 통해 윤 대통령, 김 여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검찰이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녹취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통화 2건은 대통령 취임식 전날이자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뭐 그렇게 말이 많네"라며 "내가 윤상현한테도 (말을)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가 "윤한홍 ·권성동 의원이 (김 전 의원 공천이) 불편한가 봐요"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내가 윤상현한테 한번 더 이야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 간 통화 파일의 전체본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녹취 일부 공개에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며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저는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윤 의원도 지난 10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공관위에서 (공천 자료를)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이뤄진 명씨와 김 여사 사이의 통화 녹취도 확보했다. 명씨에게 전화한 김 여사는 해당 녹취에서 "당선인이 지금 (누군가에게) 전화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라고 했다"며 "너무 걱정마세요. 잘될 거예요. 잘될 거니까 지켜보시죠"라고 말한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8070만 원을 받고, 지방 예비 후보 2명에게 총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일 구속기소 됐다.
명씨는 23일 열린 첫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혐의를 부인했다. 명 씨 측은 "(김 전 의원과 주고받은 돈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급여와 선거비 대납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이날 자신의 직업을 묻는 재판부에 "프리랜서·마케터"라고 답했다.
공판준비기일 이후에는 명씨의 보석 청구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명씨 측은 지난 5일 명 씨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