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경정 "마약운반책 자백 과정서 세관 직원 등장.. 관세청장이 수사 방해"
고광효 관세청장 "마약 적발 못한 것은 죄송.. 수사 봐달라 한 적은 없어"
마약 밀반입에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광효 관세청장은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개연성이 아주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약 밀반입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나, 수사 무마와 관련한 청탁은 한 적이 없다며 관세청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세관직원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에사 해당 사건의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여야 의원들에 질의에 답했다.
오전에는 백해룡 전 영등포서 형사2과장·경정(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과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현 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 사이에서 '용산 언급' 사실 유무와 관련해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백 경정은 "언급이 있었다"고 말했고, 김 전 서장은 "그런적 없다"고 맞섰다.
오후 질의부터는 을지훈련 오전 지휘를 마친 조지호 경찰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도 합류해 본격적인 세관직원 연루의혹과 마약수사 외압 진위여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 관세청 "사실관계 입증 안 돼" VS 백 경정 "공범의 자백"
이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세관직원 연루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그는 관세청 입장문에 담긴 마약 운반책 진술과 실제 세관 직원 근무표를 보여주며 백 경정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김 의원은 "(표 내용을 근거해) 마약 운반책의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정리 자료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고, 백 경정은 "전부 잘못됐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느냐"고 되물었고, 백 경정은 "(표에) ABCDE라고 기재돼 있는데 (인물)특정이 되지 않아 답변이 불가능하다"면서 "해당 내용은 마약 운반책들이 범죄를 자백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으로, 이걸 공범의 자백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해당 부분은 수사 중이고, 나중에 수사가 끝났을 때 거짓말이면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고, 백 경정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7일 관세청은 세관직원이 마약운반책을 도와주었다는 마약운반책의 진술은 말 그대로 진술일 뿐,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약운반책의 진술과 해당 직원들의 근무상황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CCTV 공개 요구에 고광효 관세청장 "영장 없이 CCTV 제출 어려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세관 직원이 연루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공개를 요청한 경찰의 영장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 관세청의 협조 의지를 확인했다.
용 의원은 "세관 직원 혐의를 벗고 명예회복과 세관직원 연루 의혹 수사가 깔끔하게 정리돼야 한국 마약 총책 수사도 가능하다"며 "세관 마약조사과의 컴퓨터를 제공해 여러가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 의원은 "경찰의 영장에 컴퓨터가 특정되지 않아 (CCTV 확인을 구하는) 영장이 기각됐다"며 "자체 조사를 위해 세관 직원들도 확인했을 테니, 마약수사과 컴퓨터에 있는 CCTV를 제공하면 여러가지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에 고 청장은 "저희도 어느 컴퓨터에 해당 CCTV 영상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 다른 컴퓨터들에도 기밀이 있어 영장 없이 제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은 "관세청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관세청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되물었고, 고 청장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 협조했다"고 응수했다.
◆ "기관장으로서 정당한 행위.. 수사압력 전혀없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영등포서 마약수사 분위기가 바뀐 이유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백 경정은 "고광효 관세청장의 등장부터 (수사)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고 청장이 전방위적 로비를 하고 다녔다"고 저격했다.
이에 박 의원은 고 청장에게 "세관직원들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직접 수사해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관세청은)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니, 고 청장은 "수사는 아니고 내부적으로 확인 결과 (세관직원의 마약밀반입 연루) 개연성이 아주 낮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어 고 청장은 "(백 경정이) 사건 청탁 자리에 (관세청) 감찰과장을 보냈다는데, 저희는 사건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과 다른 (브리핑) 보도를 삼가달라고 제가 보낸 것도 아니고, 수사를 봐달라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은 수사 결과 밝혀질 일이라며, 다시 박 의원은 "백 경정에 얘기한 (작년 1월 27일 인천공항에서 24kg 필로폰을 소지한 말레이시아 마약운반책들에게) 관세청이 뚫린 것과 관련해서 관세청장으로서 책임 져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고 청장은 "(지난해) 1월 27일 입국 때 적발치 못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의원의 질의 종료 후에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청장에게 "관세청장은 국가의 중요 책임자인데, 본인의 과잉 행동이 많은 분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에도 '전혀 청탁이 아니다'라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고 청장은 "전혀 청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관세청의 명예가 걸려있는 사안으로, 기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