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MRO시장 진출
필리조선소 정상화에 대규모 투자 필요
20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위한 제반절차를 최종적으로 완료했다. 지난 6월 모회사인 노르웨이 아커(Aker)와 본계약 체결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필리조선소 인수의 중장기적인 목적은 미국 방위산업 진출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상선·방산 분야 진출을 위한 거점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이같은 인수를 추진해 왔다.
특히 쇠퇴기에 들어선 자국 내 조선산업을 되살리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와도 맞물리면서 한화그룹은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여왔다.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여기는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미국의 쇠퇴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함정 정비와 수리 관련 시설은 조선소 4곳의 총 17개 건조시설(도크)뿐이다. 이마저도 국내 조선소의 설비와 비교하면 낙후된 시설이 주를 이뤘다는 평가다. 미국 군함이 290여척 정도 되는 상황에서, 이들 함정의 MRO를 감당하기도 벅찬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이 지난 3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 해군이 보유한 수륙양용함 32척 중 절반인 16척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관리 상태가 나쁜 상황이다. 적기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는 작전과 훈련에 투입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GAO의 판단이다. 최근 막대한 조선산업 투자로 해양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이 더해지면서 미국은 동맹국과의 조선산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직후 곧바로 "우리 선박 수출 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이미 올해 하반기에만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두 건을 수주했다. 지난 11월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지난 8월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의 MRO 사업을 따낸 바 있다.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에 성공한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의 경영 환경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필리조선소의 낙후된 시설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의 조선 스탠더드를 실사해본 결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요소들이 많이 보이고 있고, 한국의 스탠더드를 반영하기 위한 일정부분의 투자는 필요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다가 한화오션의 용접 능력, 자동화 로봇 기술들을 적극 이식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규모 투자를 통한 재정비 없이는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 선박 기술과 생산 자동화 등 스마트 생산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정부의 조력에 기반해 풀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국내 인력 파견 시 비자 발급 등의 절차 간소화가 필수다. 현지 조선소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수익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 조선소는 이를 해결할 최적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한화오션이 북미 시장 내 해양 방산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매출 다각화와 글로벌 영향력을 동시에 실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