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 인 아메리카’ 유승호·고준희·손호준, 편견에 맞서는 190분의 질주 [D:현장]

입력
기사원문
박정선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199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 작품은 30년이 흐른 현재에도 여전히 동시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황석희 번역가는 24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키라’ 연습 현장 공개에 참석해 “지금까지 600편 이상의 작품을 번역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나는 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작품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은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관객에게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뉴욕을 배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모르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셉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작품이 개막 전부터 한국 연극 팬들에게 주목을 받은 건, 한 무대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면서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서게 된 배우만 해도 유승호, 고준희, 정혜인, 이유진 등 총 4명이다. 유승호는 프라이어 월터를, 고준희와 정혜인은 하퍼 피트를, 이유진은 조셉 피트를 각각 연기한다.

유승호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홀린 듯이 이 작품을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내가 왜 이 작품을 하고 싶었을까’ 고민하면서 공연을 해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속에 나오는 이슈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많지 않아서 영화나 성경 등을 찾아봤다”면서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거라는 연출의 제안에 여러 시도를 해봤다. 그분들의 진심에 닿진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고준희와 정혜인도 첫 연극 무대 데뷔 소감을 전했다. 고준희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하고, 유승호가 캐스팅이 돼 있던 상태였다”면서 “연극에 처음 도전했는데 정확히 어떤 마음이었는지 확실친 않지만 설레는 마음이 크다. 제가 내성적이라 무대공포증도 있지만 오랜만에 좋은 분들과 즐겁게 작품을 함께 하고 있어서 빨리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정혜인은 “중학교 시절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는데, 이 작품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 같다”며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우고 싶어서 왔다”면서 “(같은 역을 맡은)유승호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연출, 배우들과 함께 모여 연구도 많이 한다.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공연도 많이 찾아보고, 같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열정을 보였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총 분량은 8시간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190분으로 진행되는데, 이 역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신유청 연출은 “8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만들려고 노력하다보니 제가 지옥을 만드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며 “파트1을 하고, 이후에 파트2를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간 긴 작품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집에 가는 시간이 곤란할 정도로 긴 작품이라 물리적 문제가 많았다”면서도 “번역한 대본을 보고 느낌이 왔다. 이전보다 압축이 돼 있었고, 이 대본으로 배우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그 덕분에 관객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더해 그는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드릴 것”이라는 자신감도 덧붙였다.

‘엔젤스인아메리카’는 8월6일부터 9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