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왜 일주일 만에 등장했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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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과 김태연 변호사(왼쪽).ⓒ 쯔양 유튜브
[데일리안 = 데스크] 쯔양이 일주일여 만에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현안에 대해 직접 입을 연 것이다. 처음 쯔양 측에서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했다고 했을 때, 협박 가해자중 한 명으로 지목된 유튜버 구제역은 강력히 부인했다. 자신은 쯔양 측의 요청으로 쯔양을 위해 이중스파이로 활동했으며 관련 계약서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쯔양의 변호사는 반박하는 취지로 이야기했으나 변호사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느낌이 깔려있어서 상황이 불명확했다. 쯔양이 침묵했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웠고, 구제역은 반복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다 마침내 쯔양이 직접 영상을 올린 것이다. 과거 구제역이 영상 링크가 담긴 메일을 보내 협박한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쯔양의 탈세 운운하면서 ‘탈세보다 100배는 더 심각한 사안’도 취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런 메일을 받고 쯔양은 전 남자친구와의 일을 폭로하려 한다는 두려움에 구제역과 원치 않는 계약서를 쓰고 5500만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구제역이 쯔양을 위협하는 메일을 보낸 게 맞는다면 협박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제역 측의 반박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쯔양은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구제역에게 제보한 사람이 전 남자친구의 변호사라는 것이다. 쯔양이 전 남자친구를 고소했을 때 변호한 사람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중에 전 남자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건이 종결됐는데 그후 해당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는 전 남자친구의 유서를 들고 찾아와 “나는 대통령이 하고 싶다”, “쯔양이 내 사업을 홍보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쯔양은 그 변호사의 폭로가 두려워 결국 그와 언론 관련 업무 계약서를 작성하고 월 165만원씩 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구제역에게 제보했다고 쯔양 측은 의심하고 있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다. 변호사가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지식을 이용해 상대를 협박하고 심지어 유포까지 했다는 의혹이기 때문이다. 보통 변호사도 아니고 변호사와 기자를 겸업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변호사로서의 윤리, 기자로서의 윤리가 있는데 그 모든 걸 저버린 놀라운 사건일 수 있다. 해당 변호사는 의혹을 부인한다고 한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쯔양은 남자친구에게 4년 동안이나 피해를 당했고, 남자친구 사망 후 이젠 안전해졌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가 나타나 협박을 이어가고 유튜버들까지 협박에 가담한 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절망을 느꼈을까? 뿐만 아니라 또 다른 2명의 여성도 쯔양을 협박해 2억 1600만원 가량을 뜯어갔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쯔양을 연이어 협박한 것인가?

정의를 내세우는 유튜버들에 이어 기자 겸 변호사까지 협박 의혹을 받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윤리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돈 앞에 변호사 같은 직업의 기본 윤리까지 무너지는 것인가. 2명의 여성까지 더 있다니, 쯔양이라는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예속돼 고통 받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겐 그저 돈벌이 기회로만 여겨졌다는 말인가?

쯔양은 탈세 의혹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에게 예속된 상태였고 금전관리를 남자친구가 알아서 했기 때문에 쯔양은 세금업무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일주일 만에 영상으로 이야기한 건 쯔양의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너무 크게 상심해 쯔양이 기본적인 소통조차 힘든 상태라고 했었다. 수많은 협박을 당하면서 반드시 숨기려고 했던 전 남자친구 관련 사적인 부분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피해자다. 쯔양이 그 건으로 수치심을 느낄 이유가 없다. 피해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오히려 수치심을 느끼면서 덮으려고 하는 게 교제폭력 사건의 특징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남자친구가 동영상 촬영, 유흥업소 출근 강요까지 한 상황이면 더욱 공개되길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것이다.

그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려면 공권력이 가해자를 확실하게 처벌해야 하고, 대중도 피해자를 확실하게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피해자가 세상으로부터 숨지 않게 될 것이다. 반대로 대중이 피해자를 손가락질한다거나, 이런 사건을 계기로 헛소문을 퍼뜨린다면 피해자의 태도는 더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쯔양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고 하니 여러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쯔양은 그곳이 성적 접촉이 없는 단순 유흥주점이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또 쯔양의 방송에 대해서도 ‘강요에 의한 억지 방송 아니냐’, ‘먹고 토한 것 아니냐’ 이런 말들이 퍼지고 있는데 그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스스로 원해서 한 진짜 먹방이 맞았고, 방송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게 그나마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쯔양이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대중의 지지 여론에 힘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유사한 가해 행위에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도, 피해를 공개했을 때 공권력과 세상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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