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춘추전국시대 열릴까…韓·美 쫓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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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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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CXMT 등 中 정부 지원 아래 HBM 개발 추진
"2026년부터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 심화 전망"
중국 베이징 화웨이 매장.ⓒAP/뉴시스
[데일리안 = 조인영 기자] AI(인공지능)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위해 중국이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구형 HBM 개발·양산 성과를,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한국·미국·대만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삼성·마이크론 중심의 HBM 시장은 중국업체들의 참전으로 2년 뒤인 2026년부터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HBM은 빠른 연산에 필수적인 메모리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HBM 매출 비중이 2023년 8.4%에서 2024년 말에는 20.1%를 기록,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시장 주도권은 국내 기업이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삼성의 경우,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했고 현재는 12단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중이다.

삼성 보다 빨리 엔비디아향 8단 HBM3E 출하에 성공한 마이크론은 내년에는 12단 HBM3E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이면 HBM 점유율이 범용 D램 점유율(20~2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3사 주도의 HBM 체제를 흔들기 위해 중국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D램 기업 CXMT는 중국 패키징 회사 통푸마이크로(TFME)와 손잡고 HBM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고객사 인증을 마치게 되면 중국에서 처음으로 HBM을 양산하게 될 전망이다. CXMT는 HBM3 기술 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경우 D램 기업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JHICC) 등과 협력해 2026년을 목표로 HBM2 개발·생산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화웨이는 AI칩 '어센드910B' 개발에 성공하며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중국업체들이 기술 장벽이 높은 HBM 자체 개발·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가파른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술 자립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매년 대중 반도체 제재 수위를 높이며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옥죄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정부의 지원 사격 아래 독자 AI 인프라 구축에 매진중이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약 65조원 규모의 반도체 기금을 조성했는 데, 이중 대부분이 반도체 제조 장비에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현재까지 나온 중국업체들의 로드맵을 감안하면, 당장 삼성과 SK처럼 최첨단 HBM 개발·양산에 나서기 보다는 구형 제품에서부터 성과를 내 반도체 공급망 자립화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AI칩-HBM 자체 개발 구조가 완성되기만 한다면 미국, 한국 등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제품 수율(양품 비율) 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신 HBM만 하더라도 공정 난이도가 높아 수율이 50~60%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로이터는 "중국은 구형 HBM 개발을 통해서라도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면서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속도는 더디더라도 중국이 독자 AI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기업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한국 반도체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최대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2023년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는 468억9700만 달러로 35.8%의 비중을 차지했다. 규모가 매해 줄어들고 있다는 해도 최대 시장 지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이 HBM 등 등 첨단 반도체 개발에서 계속해서 앞서나가려면 후공정 기술 제고와 케파 확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과 SK는 수율을 높이기 위해 적층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HBM4·5·6 등 차세대 HBM에서는 제한된 높이에서 더 많은 D램을 쌓아 올려야 하는 데 이 때 휨 현상을 막고 불량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은 HBM 제품 두께 제약 극복이 필요한 HBM4 16단 제품에서도 칩 사이 갭을 완전히 없애고 칩과 칩을 완전히 붙이는 신공정을 개발중이다. SK하이닉스도 본딩(접착) 기술을 고도화한 신제품을 개발, HBM 시장 리더십을 지속해서 유지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AI가 견인하는 HBM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HBM은 일반 D램보다 수율이 20~30% 낮으며, 세대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관련 장비와 소재도 지속적으로 기술 발전시켜야 HBM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완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후공정 전문기업(OSAT)은 선도기업 대비 기술력과 자금력에서 열위에 있다"면서 "반도체 대기업, 후공정 전문기업, 소부장 기업간 공동 연구 확대를 통해 패키징 기술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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