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0분 만에 집 한 채 뚝딱”…국내 ‘모듈러 주택’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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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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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세종 행복도시 6-3생활권, 416가구 모듈러 주택 건설
모듈러·PC공법 등 ‘탈현장’ 추진…스마트건설 저변 확대
공기단축·균일한 품질 등 특장점…높은 공사비, 제도 미비 걸림돌
모듈러 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개별 주거공간, 즉 ‘집’을 박스 형태로 만들어 현장으로 옮겨와 레고처럼 차곡차곡 설치하는 탈현장 공법으로 불린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군산에서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모듈러 유닛을 크레인과 밸런스빔에 연결하고 양중 및 설치하는데 총 30분 정도 걸립니다. 30분 만에 집 하나를 완성하는 셈이죠.”

지난 4일 기자는 LH가 추진 중인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6-3 생활권 모듈러 주택 건설현장을 찾았다.

모듈러 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개별 주거공간, 즉 ‘집’을 박스 형태로 만들어 현장으로 옮겨와 레고처럼 차곡차곡 설치하는 탈현장 공법으로 불린다. 전체 공정의 80%가량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지하 4층~지상 7층, 총 416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지하주차장과 지상 1~2층의 상업시설을 제외한 지상 3~7층 공동주택이 모듈러 주택으로 마련된다. 계룡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고, 포스코A&C가 모듈러 주택 제작을 담당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크레인에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컨테이너 박스가 연결돼 있었다. 폭 3.3m, 길이 11.3m, 높이 3m 정도의 기다란 컨테이너는 전용 21㎡, 원룸형 주택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테이너를 여러 개 연결해 넓은 평형의 집도 만든다. 5개 정도의 모듈을 접합하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주택을 만들 수 있다. 폭이 3.3m인 이유도 재미있었는데, 고속도로 톨게이트 너비가 3.8m 정도인 데다 화물차로 운반하는 무게도 고려해야 하니 마냥 크게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전체 모듈러 제작이 8월께 마무리되는데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니 불과 4개월 사이에 4개층, 416가구가 조성되는 셈이다.모듈러 유닛 2개를 접합한 전용 37㎡ 주택형 내부.ⓒLH
크레인이 작동하고 컨테이너가 서서히 공중에 뜨더니 순식간에 아파트 3층 높이에 도달했다. 현장 근로자 몇 명이 컨테이너를 밀고 당기며 정교하게 골조 연결부위를 맞추고 모듈러 이음새를 결합하니 금세 집 한 채가 뚝딱 완성됐다.

계룡건설에 따르면 하루에 10~12개 정도의 컨테이너 접합 공정이 이뤄진다. 전체 모듈러 제작이 8월께 마무리되는데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니 불과 4개월 사이에 4개층, 416가구가 조성되는 셈이다. 그간 사전적 의미로만 알던 모듈러 공법이 실제 활용되는 걸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새삼 신기했다.

모듈러 주택, 건설업·제조업 혼합…별도 규정 마련 필요성↑
LH, 공기 50% 단축 및 연간 5000가구 모듈러 주택 공급 목표

LH는 모듈러 주택시장 확대와 건설업의 제조업화, 자동화 등 대량생산 기반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자체사업을 비롯해 국가 R&D 사업, 위탁사업 등 총 7개 지구에서 918가구의 모듈러 주택을 추진 중이다.

혹한기·혹서기 등 계절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데다 시공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어 건설현장 숙련공 부족 및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기를 앞당길 수 있어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줄일 수 있다.

LH 관계자는 “건설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며 “이미 영국은 44층, 미국은 32층, 싱가포르는 그보다 더 높은 층의 모듈러 주택을 만드는데 국내에선 13층(준공)이 최고층이다. 해외와의 격차를 줄이고 국내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관련 법령 및 제도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다.LH 2030 OSC(탈현장) 로드맵.ⓒLH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관련 법령 및 제도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다.

LH 관계자는 “사업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선 제조사들이 생산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모듈러 주택은) 건설업과 제조업 성격이 혼재해 있다. 전기, 통신, 소방 등을 각각 분리 발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전기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제하고, 정보통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방·방재는 소방청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하다보니 국토교통부에서 제도 보완 등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비는 외려 30%가량 비싼 실정이다. 세종 행복도시 6-3 생활권처럼 지하주차장과 지상부 상업시설은 기존 철콘 구조로 건설하고 주택만 모듈러로 지어 올리다 보니 건설현장과 제조 과정에서 모두 비용이 투입돼서다.

또 층수별 내화 기준(화재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충족해야 하는 탓에 이중, 삼중 방화 석고보드를 넣어 자재가 과도하게 투입되는 경향도 있단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은 이제 시작이어서 데이터를 점점 축적해 나가야 한다. 균일한 품질로 좋은 주거공간을 제공한단 점에서 입주민 장점은 명확하다”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시공성, 경제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인데, 민간에 맡기는 것보다 공공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 단계까지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기 단축 효과를 확인했고, 각종 간접비를 절감한다면 금액적인 부분에서 절감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오는 2030년까지 시범사업 수준을 넘어서 모듈러 주택을 통한 K-스마트건설 혁신을 선도한단 목표다. 공기 50% 단축 및 공사비를 철콘 공법 수준까지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5000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공급함과 동시에 민간까지 시장을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공사비도 공사비지만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노동자 수급 문제는 현실적인 부분이라 점차 모듈러 공법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일부에 그치지만, 공공주택 중심으로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 진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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