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하고 예쁜 외관, 화려한 내부
회생제동 핸드브레이크=에너지 회수 극대화
시승 모델은 캐딜락 리릭, 가격은 1억690만원이다. NCM(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65km, 고속 충전(190kw) 기준 10분 충전에 120km를 달릴 수 있다.
성난 엔진소리를 낼 것 처럼 생겼지만, 막혀있는 그릴을 보고나니 전기차임이 비로소 체감됐다. 전기차이니 그릴이 필요하지 않지만, 캐딜락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해당 부분을 디지털 판으로 막고 패턴을 새겨넣었다. 디지털로 된 덕분에 차량 가까이에 가거나 잠금을 해제하면 중앙 엠블럼에서부터 웰컴라이팅이 시작된다.
후면부는 세련된 디자인을 위한 노력이 특히 돋보인다. 리어 윈드쉴드 아래에서 시작해 C필러를 따라 루프까지 이어지는 리어램프 덕에 유니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낸다. 하단부로 이어지는 직선형 리어 램프는 날개처럼 접혀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램프 내부에 반사판이 달려있어 작은 빛이라도 후면 중앙까지 넓게 비춘다.
문을 열어젖히고 내부로 들어서니 화려하고 섬세한 디자인에 무의식적으로 스티어링 휠에 캐딜락 엠블럼이 박혀있는지를 확인했다. 에스컬레이드 등 내연기관차에서도 물론 내부가 고급스럽기는 했지만, 리릭은 최초로 출시하는 전기차 답게 작정하고 꾸며낸 모습이다.
계기판에서 전비, 공기압, 속력 등의 정보를 스티어링휠 속 버튼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손으로 누르는 식이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운전 중에 버튼을 찾을 필요 없이 손으로 누를 수 있어 오히려 편리했다.
컵홀더,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등 곳곳에는 반짝거리는 크리스탈 디자인도 들어갔다. 실제 크리스털을 가공해서 만들어졌는데, 작고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디자인 덕에 전반적인 럭셔리 수준도 높게 느껴진다. 송풍구 조작을 위한 손잡이(?)도 반짝반짝 빛이난다.
최초 전기차에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를 잔뜩 욱여넣은 캐딜락의 환골탈태는 가속페달을 밟은 뒤에도 계속됐다. 운전석에 앉아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으니 디자인 뿐 아니라 주행감 역시 '럭셔리' 브랜드 임을 몸소 증명해냈다.
전기차인 만큼 지체없는 가속력은 당연한 요소지만, 리릭의 주행감은 맨 땅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비단길을 달리는 것처럼 부드럽다. 북미 출시 모델과 달리 국내에 출시된 리릭에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는데도 노면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진다.
특히 리릭의 가장 특별한 점은 캐딜락 최초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작은 레버로 감속을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기능인데, 발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손으로만 조작해도 속도가 즉각적으로 줄어든다. 회생제동 강도도 조절이 가능한데, 회생제동을 가장 세게 설정하고 핸드 브레이크까지 함께 사용한다면 감속에도 수월하고, 에너지 회수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간 호환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오토 또는 애플 카플레이로 내비를 켜야하는데, 이 상황에서 통화를 하게 될 경우 소리가 중첩됐다. 전화음성과 내비 음성이 한번에 같이 들리는 식이다. 전화음성이 특히 작은데, 이 때문에 전화를 끊었을 때 기존 음량이 너무 커서 크게 놀라는 일이 생길 수 있겠다.
터널에 들어갔을때 즉각적으로 화면이 어두워지는데, 터널에서 나왔을때 곧바로 밝아지지 않고 10초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서 길을 틀거나 차선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곤란할 수 있겠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전비는 3.7km/kWh였다. 공인 전비가 3.9km/kWh인 것을 감안하면 급가속, 급감속을 계속 시도한 것 치고 양호한 수치다. 에코 운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훨씬 더 높은 전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서스펜션이나 웰컴 디스플레이 등 기능이 빠졌지만, 덕분에 미국, 유럽 대비 국내 출시가격이 1000만원 이상 낮아진 것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한 이점이다. 가격값 하는 얼굴과 주행감은 1억 690만원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국내시장에서 판매량이 높지 않은 브랜드인만큼 희소성까지 챙길 수 있겠다.
▲타깃
- 길바닥에 널린 똑같은 차는 싫다면
- 캐딜락 내부 투박하다고? 이번엔 다를겁니다
- 주행거리(465km) 넉넉한 '럭셔리 전기차' 찾는다면
▲주의할 점
- 한국인 성미 못 따라오는 디스플레이 속도
- 희귀한 만큼 수리가 필요할 때는 답답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