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유명세 업은 전통주 잇단 등장…“수제맥주 처럼 흥미 떨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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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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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이어 성시경도 내년도 막걸리 출시
외국인·유명 연예인 앞세운 술 전통주 인정
국내 기업 만든 술 전통주로 인정 못 받아 ‘역차별’
수제맥주 전철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라
[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최근 연예인이 유명세를 등에 업고 다양한 술을 잇따라 개발해 내놓으면서 주류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힙합 가수 박재범 ‘원소주’ 대박을 친데 이어, 미식가로 잘 알려진 가수 성시경도 주류 시장에 발을 들인다고 공표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상당하다.

다만, 주류업계서는 토종 국내 기업들의 증류주가 전통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적의 연예인을 앞세운 증류주가 전통주로 분류되고, 연예인의 유명세를 활용해 주류 사업을 돈 벌이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성시경이 직접 개발한 ‘인공감미료 무첨가 12도 막걸리’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제품 개발 중이며, 세부사항과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조는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시경은 지난 9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막걸리 출시 계획을 직접 밝혔다. 당시 그는 배우 하정우를 집으로 초대해 “내년에 이름을 건 술을 출시할 것”이라며 “6도, 8도, 12도 총 세 종류다. 첨가제가 들어있지 않고 쌀과 누룩, 물로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연예인이 주류 브랜드를 론칭해 대박을 친 사례는 박재범을 예로 들 수 있다. 박재범은 지난해 2월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출시, 9개월 만에 판매 400만병을 달성하는 등 소주 브랜드 CEO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4월부터는 뉴욕을 시작으로 수출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특히 힙합 가수 박재범이 이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전통주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뒤바뀌었다. 전통주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힙합가수인 박재범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전통주를 생산·판매한다는 점이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분위기 전환에 일조했다.

원소주 인기에 전통주 업계도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원소주를 접한 젊은 세대가 다른 전통주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면서다. 원소주 열풍에 힘입어 다양한 전통주들이 빛을 보고 경영난 또한 이겨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창정의 소주한잔ⓒ세븐일레븐
다만 일각에서는 부정적 시각도 상당하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와 온라인에서 까지 판매를 하는 등 잔머리를 쓰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통주라는 주류 분류에 들어가고 인정받길 원하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못 하고 있다. 전통주로 인정받게 되면 주세가 50% 감면된다.

현행 주세법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을 전통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전통주로 인정이 된다.

우리 술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전통주 기준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막걸리와 백세주, 일품진로 등은 기업이 만든다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토끼소주’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탄생한 이 제품은 국내에서 전통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다. 토끼소주는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미국인이 뉴욕으로 돌아가 201년 조선시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주인데 지역 농산물로 제조해 전통주로 인정을 받았다.

반면 국순당의 경우 ‘우리술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 수출을 통해 'K-주류'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지만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역시 국내산 쌀을 사용해 제조하고 있지만 생산주체가 농업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똑같은 술인데 정작 국내 기업이 만든 술은 제외한 채 기타 제품에 온라인 판매 특혜를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주로 인정 받은 술이 일부 지역경제에 일조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투자사 또한 외국계 엔터사로 귀결된다는 점도 불만이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서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 채널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수출을 통해 영토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는 동안 정작 국내 기업은 나라가 만든 허들에 걸려 성장의 날개가 꺾이게 됐다는 점에서도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이 만든 술이 결국엔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과거 수제맥주 시장은 유행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처 확보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등 과당경쟁으로 이어졌다. 주류 생산에 대한 진입장벽 역시 낮아지면서 제품이 나왔다 금세 사라지는 비극을 낳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술이 우후죽순 늘어나게 되면 수제맥주와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브랜드로만 소비를 하게 될 것이고, 흥미가 뚝 떨어지면 확장했던 업체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기존의 좋은 술들이 채널을 차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예인은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만큼, 부정이슈가 터지면 다수의 유통업체와 양조장들이 한 번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큰 모양새다.

과거 판매됐던 가수 임창정 술이 대표 사례로 손 꼽힌다. 지난해 5월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하락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가수 임창정 상품은 이미 업계서 ‘퇴출 수순’을 밟았다. 임창정 소주에 이어 임창정 막걸리도 판매가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가수 임모씨의 부정이슈로 세간의 비판과 함께 그를 둘러싼 손절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그와 연관된 가맹점주부터 모든 사람들이 함께 피해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연예인은 전문 기업인이 아닌 만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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