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0개국 수출 뉴질랜드 키위 농가에 가다…비옥한 땅 ‘달콤한 맛’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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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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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섬에 위치한 테푸케 지역 방문
1년에 한 번 생산…품종별 생김새‧영양 차이 커
지난 6일 뉴질랜드 테푸케 지역에서 키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장 주인 Tim Torr(팀 토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유정 기자
[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과일은 단연 ‘키위’. 뉴질랜드에서 키위를 주로 키우는 곳은 북섬에 위치한 테푸케 지역이다. 테푸케는 ‘키위 산업의 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제스프리’로 납품되는 키위 대부분 이 지역에서 수확된다.

기자는 지난 8일 오후 1시쯤(현지시간) 테푸케 지역에 있는 키위 농가를 방문하기 위해 전세 버스에 몸을 실었다. 뉴질랜드 북섬의 항구도시 타우랑가에서 테푸케로 가는 편도 1차로 도로는 한적했다. 뉴질랜드의 최대도시 오클랜드에서 차로 5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버스는 1시간을 달렸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초록 일색인 들판을 배경으로 울창한 나무와 여유롭게 뛰어 노는 양떼, 낮고 큼직한 집 등을 지나고 나니 버스가 멈췄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은 하늘과 미세 먼지 한 점 없는 공기가 기분 마저 상쾌하게 했다.

농장의 첫 인상은 경이로웠다. 주변은 나무로 성벽을 이루고 있었다. 전봇대 높이를 훌쩍 넘어선 촘촘한 방풍림 울타리가 키위 농토를 방호벽처럼 둘러쌌다. 농장 관계자는 “방품림을 통해 키위 농장에서 재배 중인 키위를 거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팀 토르의 키위 농장의 모습. 키위를 바람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품림이 방호벽처럼 둘러싸여 있다. ⓒ임유정 기자
◇ 농가 규모만 6ha(헥타르)…1년에 한 번 생산

농장 주인은 기자를 환영하기 위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자신을 ‘Tim Torr(팀 토르)’라고 소개한 그의 첫 인상은 선해 보였다. 올해 66세인 그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10년 키위 농사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 농업 컨설팅을 진행해 오다 “직접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고 한다.

키위나무는 포도나무와 비슷했다. 성인이 고개를 숙여 들어갈 정도의 높이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잎이 무성하고 포도송이처럼 키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덩굴 밑으로 들어가 올려다 본 키위는 싱싱했다. 수십 개의 열매의 무게를 버티는 줄기의 힘이 놀랍기도 했다.

팀 토르는 썬골드키위와 그린키위를 생산한다. 규모만 6ha(헥타르)에 달한다. 축구장 8개 반 크기로 중소기업 규모에 해당된다. 이 농장에서는 초여름인 11월 중순에 과일이 열리기 시작해 가을철인 이듬해 4월 말에서 5월 초 골드키위가, 6월 초 그린키위를 수확한다.

통상 뉴질랜드의 키위 시즌은 남반구의 겨울인 6월부터 8월 중 키위나무를 가지치기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키위나무는 9월에서 11월 사이 다시 자라며, 이 기간 벌을 통해 키위 꽃이 수분되고 수분된 꽃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이 때 꽃의 개수를 조절해 너무 많은 과실이 열리지 않게끔 조절하는 적화(摘花) 작업을 한다. 열매는 뉴질랜드의 여름인 12월부터 2월 사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이 시기에 재배농가는 수확량을 예측하고 나무를 솎아냄으로써 키위의 크기를 최대화 시킨다. 이를 적과(摘果)라 부른다.

잘 자란 키위는 3월과 5월 사이에 수확된다. 하지만 이 농장은 200m 해발 위에 위치해 있어 수확이 다소 늦다. 엄격한 제스프리의 품질관리를 통과한 키위만이 수확되고 포장돼 전 세계 시장으로 운송된다. 모든 수확을 마친 후 키위나무는 240일 간의 긴 성장을 마무리하게 된다.

농장은 마치 작은 공장처럼 운영됐다. 평소에는 부부가 함께 일을 하다가 수확할 때는 임시로 20여명을 더 고용한다고 했다. 팀 토르는 “농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적화‧적과 작업에 1핵타르당 10명~20명이 작업에 투입되고, 약 200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썬골드 키위의 모습. ⓒ임유정 기자
◇ 그린키위‧썬골드키위 병행생산…생김새‧영양 등 차이

팀 토르가 생산하는 썬골드키위는 1985년 10여 년에 걸친 품종 개발 끝에 나온 키위다. 1만5000개 이상 종자를 접목하는 실험 끝에 나온 이 품종은 그린키위보다 단맛은 훨씬 강하고 영양소는 더 풍부하다. “뉴질랜드 키위=효자상품”이라는 것을 검증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는 썬골드키위와 그린키위를 직접 보고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팀 토르는 썬골드키위와 그린키위는 생김새와 영양 등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키위는 열매 겉면에 미세한 털이 있는 반면, 썬골드키위는 그린키위와 달리 표면에 털이 없고 매끈했다.

그는 처음 그린키위로 키위 농사를 시작했다가 나무 묘목을 잘라 썬골드키위 묘목을 접붙이는 방식으로 일부 품종을 전환했다. 새로 썬골드키위 묘목을 심어 재배하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농가에서 품종 전환 시 이러한 접목 방식을 택한다.

2010년께 뉴질랜드에 PSA(Psuedomonas Syringae pv Actinidiae‧키위 궤양병)가 퍼지면서 한동안 키위 재배 및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제스프리가 개발해 출시한 썬골드키위는 PSA에 강한 품종으로, 결실량이 많아 농가에서 수확하기 용이한 장점이 있다.

팀 토르는 “2010년에 그린키위 라이선스를 사서 운영하다 2018년께 그린에 골드를 접붙이는 방식으로 5년째 골드를 병행 생산하고 있다”며 “접붙이기 후 성숙 시기를 거쳐 약 1~2년 후부터 썬골드키위 재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품종 루비가 나왔지만 재배를 위해서는 제스프리로부터 상세한 가이드를 받아야 하고, 또 시행착오도 필요하다”며 “현재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로 재배 노하우를 완전히 익힌 썬골드키위와 그린키위만 재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우리 농가의 경우 1핵타르 당 약 2만 트레이 키위를 수확하고, 1트레이의 기준 약 3.5kg을 수확한다”며 “키위는 다른 과일들과 달리 1년에 한 번만 과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재배한 키위가 상품성이 있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테푸케 지역에 위치한 한 키위 농장에 썬골드 키위가 열려있다.ⓒ임유정 기자
◇ 수확 과정도 깐깐하고 꼼꼼하게…단계별 과정거쳐 수출

농가들은 수확 이전에 원예작물 컨설팅 연구소인 ‘Hills Laboratory’에 90개의 샘플을 보낸 뒤 ‘OK’ 사인이 떨어져야 수확이 가능하다.

Hills Laboratory는 키위 숙성도를 판별하는 연구소다. 재배 농가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키위를 수확할 수 있도록 재배 중인 키위의 샘플을 채집해, 키위의 숙성도를 측정하고 가장 적당한 수확 시기를 판별한다. 이는 키위를 수확하기 전 많은 농가들이 거치는 중요한 사전 단계다.

이곳에서 키위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는 경도 테스트부터 색상, 건물중(수분을 제거한 뒤 남은 양의 비율), 씨 배열모양 등 세부 요건에 부합하는지 테스트한다. 특히 당도를 예측할 수 있는 브릭스 테스트를 통해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스프리에 키위를 공급할 수 없다.

썬골드키위 기준으로 1등급 키위는 당도 최소 8Brix가 돼야 수확할 수 있다. 수입 후 국내 판매 시점은 평균 16~17Brix가 정도 된다. 이를 통과하지 못 한 과일들은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거나 품질이 더 낮은 경우 동물 사료로 소비하기도 한다.

1등급 키위를 결정하는 건 당도 뿐이 아니다. 최종 포장 단계에서도 모양과 크기, 표면의 흠집 등을 육안으로 직접 살펴 미달하는 것을 골라낸 뒤 수출용 상자에 담는다. 1등급은 아시아와 유럽, 2등급은 호주와 북미시장에 수출하고 나머지 3등급은 내수시장에서 판매한다.

팀 토르는 매년 싱싱하고 달콤한 키위를 생산할 수 있는 비결로 ‘토지’를 손 꼽았다. 뉴질랜드 토양은 화산재 기반이기에 매우 비옥하다. 관수가 필요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리면 수분을 잘 머금고 있는 좋은 토양이 갖춰져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강우량도 키위를 재배하기에 좋은 요건이다. 기후 변화가 극단적이지 않은 것 역시 뉴질랜드 키위가 잘 자랄수 있는 강점으로 꼽았다. 평소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은 방풍림으로 바람을 막고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캐노피 등의 시설로도 보완하고 있었다.

팀 토르는 “키위가 자라는 이곳 땅을 파보면 지렁이가 수십 마디 꿈틀 거릴 정도로 땅에 수분이 많고 비옥해 한국 농가들이 와서 보면 많이 놀라고 간다”며 “이런 땅에서 자란 맛있고 건강한 제스프리 키위를 많이 드시고, 앞으로도 뉴질랜드 키위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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