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연금 DB→DC형 제도 간 투자 상품 이전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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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중도해지 패널티 피하는 효과 기대
퇴직금 산식·운용 주체 달라 난항 예상
퇴직연금 이미지.ⓒ연합뉴스
[데일리안 = 고정삼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금융사 간 투자 상품 이동이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가운데,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의 제도 간 이전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퇴직연금 제도마다 퇴직금 산정 방식이 다른 만큼, 기업과 근로자 간의 규약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 등은 지난 2월 '퇴직연금 현물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후 현재까지 총 5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TF의 핵심 과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원하는 금융사로 계좌를 변경할 때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사마다 구성하고 있는 상품 라인업이 달라 현금 이전만 가능했다. 이에 가입자들은 운용 중인 상품을 전부 매도해 금융사를 옮겨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을 보면서 계좌를 이동해야 했던 셈이다. 이는 퇴직급여법에서 보장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번 TF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퇴직연금 제도 간 상품 이전도 가능하도록 장기 목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DB형과 DC형으로 구분한다. DB형은 기업이 직접 근로자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반면, DC형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결정해 투자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 대표(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DB형과 DC형 중 하나 이상의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한다. TF는 양쪽 제도 모두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가입자가 DB형에서 DC형으로 변경하려고 할 때 운용 상품을 해지할 필요 없이 이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DB형에서 DC형으로의 현물 이전은 근로자와 기업 간 협약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DB형에서 DC형으로의 현물 이전이 가능해지면 중도해지에 대한 패널티를 받지 않고 더 많은 금액을 옮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사 간의 상품 이전과 달리 퇴직연금 제도 간 이동에서는 이해관계자로 기업이 포함된 만큼, 조율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두 제도 간에는 퇴직급여 산식과 적립금 운용 주체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최소적립금 이상을 금융사에 적립금으로 예치한 후 이를 기업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DC형은 기업이 매년 1회 이상 근로자 연봉 12분의 1에 해당하는 적립금을 DC형 계좌에 납입하고, 이를 근로자가 운용한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DB형에서 DC형으로 현물 이전할 때 산정 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부는 현물, 일부는 현금만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런 부분 등을 전반적으로 포함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퇴직연금 제도 간 실물 이전은 장기 과제로 추진된다. 올해 TF는 금융사 간 현물 이전을 위한 상품 범위와 세부 절차를 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속도를 낼 전망이다. TF의 1차 과제가 완료되면 가입자의 상품 선택권이 제한됐던 문제가 크게 개선되고, 사업자 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퇴직연금 제도 안에서는 모두 현물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조금씩 있는 만큼,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금융사 간 현물 이전만 가능해져도 근로자가 원하는 계좌로 조금 더 용이하게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또한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덜 내면서 운용하고 싶은 가입자들의 수요가 반영돼 금융사 간 경쟁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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