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연금 '원래 상품 그대로' 금융사 갈아타기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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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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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기' 식 매도 해소
수익률 쫓아 '머니무브' 전망
퇴직연금 이미지.ⓒ연합뉴스
[데일리안 = 고정삼 기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앞으로는 원하는 금융사로 계좌를 이전할 때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처분할 필요 없이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가입자는 계좌를 옮길 때 현금 이전만 가능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운용 상품을 전부 매도해야 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이전이 가능하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금융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이 제한됐던 문제가 개선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올해 안에 퇴직연금사업자로 지정된 금융사 간의 통일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금융사들이 이용하고 있는 예탁원 시스템의 전문을 맞추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현금뿐 아니라 운용 중인 상품도 옮길 수 있게 된다.

그간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다른 금융사로 계좌 이전 시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전부 매도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왔다. 금융사마다 취급하는 투자 상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현금 이전만 가능해서다. 증시가 상승세를 탈 때는 운용 중인 상품을 매도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하락장일 때는 손실 감수가 불가피해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사마다 구성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우수한 상품을 선별하는 역량은 금융사가 소비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여서다. 금융사가 어떤 상품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가입자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물 이전을 완벽히 가능하게 하려면 모든 금융사가 시장에 있는 전 상품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면서 "이건 운용관리업자에게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통일된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이 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사들이 같은 투자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상품에 한해 현물 이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기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는데, 그건 좋은 상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라인업으로 보유한다"면서 "결국 전산 이슈가 해결되면 상품 이전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소비자들의 투자 선택권이 제약되는 문제가 해결되고, 금융사 간 수익률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근까지도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투자 수요 이동이 눈에 띈다. 증권사가 은행보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고,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실시간 거래도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도 ETF 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선보였지만, 실시간 매매가 아닌 신탁 방식으로,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4개 증권사의 확정기여형·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1조727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2.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11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91조4233억원으로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를 A금융사에서 B금융사로 옮길 때 실물을 그대로 이전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어 소비자들의 건의가 있었다"면서 "시스템 개발로 금융사들끼리 전산이 연결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수익률을 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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