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헤비 듀티 인라이튼드 이큅먼트] 지하실에서 시작…퀼트로 '대세' 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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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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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더웠다. 매장 바깥에 달아놓은 온도계의 빨간색 수은이 33℃까지 올라갔다. 매장에 에어컨을 틀었지만 더운 기운이 확 느껴졌다. 가게 문을 열고 얼마 후 첫 손님이 땀을 닦으면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와! 덥네요. 요즘 같은 더운 날에도 백패킹 갈 때 침낭을 챙기겠죠?"

내가 대답했다.

"네, 덥죠? 그런데 지금 해발 1,000m 이상 산에 가면 추울 수도 있어요. 두껍진 않더라도 얇은 침낭을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손님은 가게 침낭 코너에서 한참 동안 서서 고민했다. 나는 손님에게 다가가 퀼트 침낭을 권했다.

"이거 어떤가요? 담요 형태로 나온 침낭이에요. 더울 땐 배만 덮고 자도 되고, 추울 땐 침낭처럼 뒤집어써도 됩니다. 등판이 생략되어 있어요. 그래서 무게도 가볍죠. 겨울에는 이걸 내피로 써도 되고요. 충전재로 거위털을 쓴 것이 있고 합성 충전재로 쓴 것이 있습니다."

나는 손님에게 인라이튼드 이큅먼트Enlightened Equipment의 퀼트 침낭을 권했다. 한국의 축축한 여름 특성에 맞춰 합성 충전재가 든 제품을 내밀었다. 나는 덧붙여 설명했다.

"무게가 500g 정도 되는데요, 이 정도면 한여름에 써도 든든할 거예요. 가벼워서 배낭에 넣고 가기에 큰 부담도 없을 테고요. 여름에는 거위털 침낭보다 합성 충전재가 든 걸 쓰는 게 좋아요. 거위털은 습기에 약하고 관리하기도 까다롭거든요."

손님은 침낭을 들고 고개를 갸웃댔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손님은 다음에 다시 오겠다면서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인라이튼드 침낭은 지금 백패킹 마니아들에게 꽤 인기 있는 브랜드다. 품질이 좋기도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양으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침낭의 길이, 충전재 종류, 충전재 양 등등.

인라이튼드 이큅먼트는 미국의 팀 마셜이 2007년 만든 브랜드다. 당시 그는 집 지하실에서 혼자 아웃도어용 '이불'을 만들었다. 그는 원래 카누 전문가였다. 백패킹을 처음 접한 건 2003년 즈음으로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그를 백패킹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어렸을 때부터 카누를 타면서 아웃도어 생활을 접한 덕분에 백패킹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30kg에 달하는 배낭 무게가 그에게 부담이긴 했다. 어느 날 팀은 한 친구와 백패킹을 갔다. 친구의 배낭 무게는 매우 가벼웠다. 10kg이 넘지 않았다. 그는 배낭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친구들의 조언을 참고하긴 했지만 그를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에 빠지게 만든 건 '책'이었다. 혁신적인 등반가이자 하이커 레이 자딘이 쓴 책 <비욘드 백패킹Beyond Backpacking>을 보고 공부했고 이윽고 책에 나온 대로 재봉틀로 장비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레이 자딘의 방식을 변형해서 백패킹용 배낭을 만들었고, 그는 집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배낭을 판매하기로 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주문이 계속 들어왔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그의 메일 주소로 제품에 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에 팀은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벼운 백패킹 용품을 많이 만들었지만 인라이튼드 이큅먼트에서 인기를 끈 제품은 큐벤 천으로 만든 퀼트 침낭이었다. 그가 만든 퀼트 침낭은 수많은 마니아들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현재 인라이튼드 퀼트 침낭 제품은 미국 퀼트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인라이튼드를 퀼트 침낭의 유행을 이끈 브랜드라고 평가한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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