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은 그럭저럭 멜 만했다. 이미 모양이 빵빵했는데, 짐을 더 넣어도 거뜬할 것 같았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부지런히 올라갔다. 하루재를 넘고 인수야영장을 지나쳤다. 계곡을 건너고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지나자 백운대피소가 나왔다. 박물관으로 변한 대피소 앞에서 배낭을 내려놨다. 짐이 꽤 무거워서 배낭 천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멀쩡했다. 양수열 기자가 물었다. "배낭 어때?" 나는 또 대답했다. "음, 배낭 앞에 달린 그물 주머니가 좀 더 넉넉하면 좋을 것 같네. 짐이 많아서 그런가? 주머니를 열기가 힘들어!" 우리는 다시 배낭을 메고 백운대로 올라갔다.
우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오른쪽으로 숨은벽이 치솟아 있었다. 얼마간 계곡을 타고 내려가다가 능선에 붙었다. 사방이 바위로 가로막혔다. 설악산 1275봉 오름길을 축소해 놓은 분위기였다. 능선에 올라서자 장관이었다. 양 옆으로 바위 능선들이 꿈틀댔다. 완벽한 '미니' 설악산이었다. 양수열 기자가 말했다.
배낭은 무사했다. 우리는 바위 능선을 타고 밤골 계곡으로 내려갔다. 도중에 고양이 가족과 만났고 해골바위도 구경했다. 길을 잘못 들어 가파른 절벽 같은 길을 헤매기도 했다.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양수열 사진기자는 카메라를 배낭에 넣었다. 비가 내려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 기분이었는데 배낭은 여전히 멀쩡했다.
2019년 12월 폐쇄된 이후 백운산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1층은 북한산 역사관으로 바뀌었고, 2층은 산악구조대가 사용하고 있다. 1924년 생긴 뒤 약 100년 동안 백운대와 인수봉을 찾은 등산객들을 맞이하던 공간은 전시실로만 이용되고 있다. 마라토너 손기정 옹이 썼다고 알려진 '백운산장' 현판도 없어졌다. 내부에 등산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하나 없다. 산장 앞을 지나던 한 산객은 "유서 깊은 장소가 등산객들에겐 별 쓸모 없는 곳으로 바뀐 것 같아 아쉽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물과 식량을 제외한 무게는 7.4kg다. 둘의 무게까지 합하면 배낭 무게는 총 8~9kg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② 멜빵끈으로 배낭 입구를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짐이 적을 땐 멜빵끈을 늘려 한쪽 어깨에 메는 '숄더백'으로도 쓸 수 있게 제작했다.
③ 배낭 앞에 달린 그물망 주머니는 텐트 앞문 모기장에서 오렸다. 콜맨의 로고가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붙였다.
④ 전면의 그물망에 방수 의류를 넣었다. 용량이 넉넉하지 않았다. 1L 물통이 주머니에 완벽히 들어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⑤ 허리 벨트를 달지 않았다. 허리 벨트가 있었다면 어깨를 죄는 느낌이 덜했을 것 같다.
요즘 캠핑장 데크에선 아무 펙이나 쓸 수 없다. 일반 텐트용 펙을 사용해 데크가 파손됐을 경우 변상해야 할 수도 있다. 데크에서 텐트의 가이라인을 효과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유용한 장비 중 하나가 오징어 데크펙이다. '캠핑랩'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만들었다. 데크의 틈에 오징어 데크펙을 넣고 돌려주면 펙의 아래쪽 구부러진 부위가 나무에 박혀 고정되는 방식이다. 캠핑랩의 '오리지널' 오징어 데크펙은 상단이 마름모꼴로 되어 있다. 세모꼴로 된 것은 유사 제품이다.
우리가 캠핑장을 찾은 날 날씨 예보에 호우주의보가 떴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좁은 텐트 안에 두 명이 갇혀 있을 때를 대비해 타프 텐트를 하나 더 챙겼다. 2인용 텐트 끝 부분에 타프를 겹쳐서 설치해 전실을 확장했다. 이로써 더 안락한 분위기의 사이트가 완성됐다. 타프 텐트와 2인용 텐트 모두 폴대 없이 트레킹 폴로 설치할 수 있다. 타프 텐트의 높이가 다소 낮은 것이 단점이다. 캠핑용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야 허리를 펼 수 있다. (다행히 밤새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수도권 유일,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작년 9월 개장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고 북한산성 탐방로 입구에서 4km정도 떨어져 있다. 숨은벽 능선 끝자락에 붙어 있고, 북한산둘레길 11구간(효자길)~12구간(충의길)이 캠핑장 앞을 지난다.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탄소중립'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어 제한사항이 몇 가지 있다. 전기차 외에는 캠핑장 출입이 어렵다. 일반 내연차를 이용하는 캠핑객은 북한산성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A구역 27곳이다. 그중 24곳은 모래땅으로 되어 있고 데크 사이트는 단 3곳으로 숲속에 자리한다. 숲속에 자리한 데크 자리 3곳 중 내연차를 이용하는 캠핑객을 위한 자리는 1곳이다. 그 외 캠핑장에는 산막텐트와 하우스(자연휴양림 숙소 형태)로 구성되어 텐트가 없어도 머물 수 있다. 화장실과 개수대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샤워장이 특이하다. 동전을 넣어야 작동된다. 1,000원에 6분 동안 쓸 수 있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우리가 캠핑장을 찾은 날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는데, 담당직원은 안내센터에서 텐트가 설치된 사이트까지 수시로 내려와 상태를 점검했다.
텐트 사이트 이용 가격은 주말 7,000~9,000원이고 산막텐트나 하우스는 주말 5만~7만 5,000원이다.
서울 우이동 백운대탐방지원센터에서 사기막 야영장까지 갈 때 숨은벽 능선을 통해 가면 좋다. 설악산 공룡능선 일부 구간을 압축한 것 같은 길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을 가까이 끼고 가는 재미가 있고, 숨은벽 능선에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장관도 산행하는 맛을 더한다. 백운대에서 숨은벽 능선으로 가기 위해선 백운대를 돌아서 가야 한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중에 나오는 '밤골'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자칫하면 인수봉 안부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밤골 방향 등산로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뒤돌아서 능선을 타고 백운대 안부로 가야 한다. 백운대 안부에서 계곡을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숨은벽 능선으로 향하는 철난간이 나온다. 난간을 따라 능선에 오르면 곳곳이 조망터다. 능선에서 북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남쪽 오르막은 숨은벽 리지 구간이다.
해골바위를 벗어나 100m 정도 가파른 길을 통과하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40분쯤 가면 철조망이 둘러진 사기막골 입구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널찍한 길로 가면 곧 사기막 야영장이다.
교통
사기막 야영장에서 1km 정도 걸어나가면 구파발과 연결된 대로가 나온다. 여기서 704번 버스를 타면 북한산성을 거쳐 구파발로 갈 수 있다. 사기막 야영장에서 북한산성 제1주차장으로 가는 셔틀 버스도 있다. 야영장 퇴실자에 맞춰 하루 4회(09:30, 10:20, 11:10, 12:10) 운영된다.
맛집
사기막 야영장 입구 쪽에 북한산숯불고기(02-354-0818) 집이 맛있다. 구워져서 나오는 돼지고기에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소스를 찍어 먹을 수 있다. 쌈채소를 무한 리필할 수 있고 누룽지도 서비스로 나온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