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리사이클링] 30L '월간산 백팩' V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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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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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숨은벽 능선 필드 테스트 르포
텐트 천을 재활용해서 만든 배낭을 메고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배낭에 1박 2일 백패킹 용품들이 들어있다.
텐트 천을 재활용해 완성된 배낭을 놓고 보니 '레이 웨이Ray Way (레이의 방법)' 백팩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레이 웨이는 미국의 공학자이자 등반가, 장거리 하이커, 타칭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하이킹 권위자' '백패킹의 신' 레이 자딘Ray Jardine이 초경량 장거리 하이킹을 하면서 사용했던 방법을 총칭하는 말이자 그 방법들을 정리한 인터넷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 레이 자딘이 사용했던 배낭을 판다. 완성품이 아니라 배낭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조립 설명서를 담은 키트Kit를 제공한다. 설명서에 따라 재료들을 자르고 이어 붙이면 초경량 배낭이 완성된다. 레이 웨이 백팩은 등판 프레임과 헤드 주머니가 없는 긴 자루 형태이며 배낭의 앞면과 양 옆에 커다란 망사 주머니가 달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든 배낭 이름을 '월간산의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월간산의 방법대로 만든 백팩이 그런대로 쓸 만한지 확인하려면 직접 메고 백패킹을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백운대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를 지나 숨은벽 능선을 타고 사기막 야영장으로 가는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때는 장마기간이었다. 산행을 갈 수 있는 기간은 약 2주밖에 없었는데(남은 2주는 기사를 써야 한다) 그 기간 기상청의 날씨 예보 표는 먹구름이 점령하고 있었다. 배낭 테스트는 악천후 속에서 해야지! 나는 오히려 더 신났지만 양수열 사진 기자는 울상이었다. 지난 산행 때 카메라가 비에 젖어 망가졌기 때문이다. 양수열 기자를 위해 테스트 장소를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서울 우이동에서 출발해 북한산 숨은벽 능선을 타고 사기막 야영장으로 가는 코스였다. 양수열 기자는 그런대로 안심하는 눈치였다.

하루재에서 만난 고양이. 배낭 속에서 먹을 것을 꺼내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배낭에 2인용 텐트와 타프를 넣었다. 식량은 조금만 챙겼고 물은 1리터만 채웠다. 가벼운 침낭과 방수복도 준비했다. 짐을 싸니 무게가 10kg 정도 됐다. 어깨가 살짝 짓눌렸다. 산행 거리가 짧다는 점에서 나 또한 안심됐다. 우리는 도선사 입구에서 백운대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랐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찼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비는 올듯 말듯했다. 비가 와도 걱정할 건 없었다. 배낭 안에 비닐 주머니를 두르고 그 안에 짐을 넣었기 때문이다.

하루재에서 내려와 바라본 인수봉. 하늘에서 비가 떨어질 듯 말 듯했다.
"배낭 어때?" 양수열 기자가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음, 괜찮네! 허리 벨트가 있었다면 어깨를 죄는 느낌이 덜했을 것 같아."

배낭은 그럭저럭 멜 만했다. 이미 모양이 빵빵했는데, 짐을 더 넣어도 거뜬할 것 같았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부지런히 올라갔다. 하루재를 넘고 인수야영장을 지나쳤다. 계곡을 건너고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지나자 백운대피소가 나왔다. 박물관으로 변한 대피소 앞에서 배낭을 내려놨다. 짐이 꽤 무거워서 배낭 천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멀쩡했다. 양수열 기자가 물었다. "배낭 어때?" 나는 또 대답했다. "음, 배낭 앞에 달린 그물 주머니가 좀 더 넉넉하면 좋을 것 같네. 짐이 많아서 그런가? 주머니를 열기가 힘들어!" 우리는 다시 배낭을 메고 백운대로 올라갔다.

숨은벽 능선의 명소 해골바위. 해골바위 오르는 길은 등산 초보자에게 어려울 수 있다. 주의해야 한다.
백운대암장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는 울타리를 따라가니 인수봉 아래 안부가 나왔다. 숨은벽 능선으로 가려면 되돌아가야 했다. 숲을 헤치고 능선을 탔다. 능선을 타다가 절벽에 매달려 숨은벽 능선으로 가는 안부에 도착했다. 배낭은 멀쩡했다.

우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오른쪽으로 숨은벽이 치솟아 있었다. 얼마간 계곡을 타고 내려가다가 능선에 붙었다. 사방이 바위로 가로막혔다. 설악산 1275봉 오름길을 축소해 놓은 분위기였다. 능선에 올라서자 장관이었다. 양 옆으로 바위 능선들이 꿈틀댔다. 완벽한 '미니' 설악산이었다. 양수열 기자가 말했다.

숨은벽 능선을 타기 위해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고개로 올라갔다.
"북한산만 탈 수 있다면 우리나라 못 가는 곳 없을 거야."

배낭은 무사했다. 우리는 바위 능선을 타고 밤골 계곡으로 내려갔다. 도중에 고양이 가족과 만났고 해골바위도 구경했다. 길을 잘못 들어 가파른 절벽 같은 길을 헤매기도 했다.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양수열 사진기자는 카메라를 배낭에 넣었다. 비가 내려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 기분이었는데 배낭은 여전히 멀쩡했다.

숨은벽 능선 초입. 설악산 공룡능선의 1275봉 오름길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백운산장 외부.
백운산장 내부.
박물관으로 변한 백운산장

2019년 12월 폐쇄된 이후 백운산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1층은 북한산 역사관으로 바뀌었고, 2층은 산악구조대가 사용하고 있다. 1924년 생긴 뒤 약 100년 동안 백운대와 인수봉을 찾은 등산객들을 맞이하던 공간은 전시실로만 이용되고 있다. 마라토너 손기정 옹이 썼다고 알려진 '백운산장' 현판도 없어졌다. 내부에 등산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하나 없다. 산장 앞을 지나던 한 산객은 "유서 깊은 장소가 등산객들에겐 별 쓸모 없는 곳으로 바뀐 것 같아 아쉽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안 쓰는 텐트 천으로 만든 월간산의 재활용 배낭 '월간산 백팩 Ver. 2024'의 용량은 30L 정도 된다. 작지 않은 크기다. 배낭 안에 1박 2일 백패킹 장비를 넣고 하룻동안 운행했다. 큰 무리는 없었다. 어떤 장비를 챙겼는지 살펴보자.

물과 식량을 제외한 무게는 7.4kg다. 둘의 무게까지 합하면 배낭 무게는 총 8~9kg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① 콜맨 텐트의 플라이를 이용해 본체를 만들었다. 오래된 텐트라 방수 기능이 거의 없다.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배낭 안에 비닐 주머니를 넣고 짐을 넣었다.

② 멜빵끈으로 배낭 입구를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짐이 적을 땐 멜빵끈을 늘려 한쪽 어깨에 메는 '숄더백'으로도 쓸 수 있게 제작했다.

③ 배낭 앞에 달린 그물망 주머니는 텐트 앞문 모기장에서 오렸다. 콜맨의 로고가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붙였다.

④ 전면의 그물망에 방수 의류를 넣었다. 용량이 넉넉하지 않았다. 1L 물통이 주머니에 완벽히 들어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⑤ 허리 벨트를 달지 않았다. 허리 벨트가 있었다면 어깨를 죄는 느낌이 덜했을 것 같다.

1 루나 샌들. 캠핑장에서 신을 용도로 챙겼다. 무게 380g 2 방석. 캠핑 의자 대용이다. 무게 38g 3 스노우피크 솔로 쿠커. 2인분 식기 세트. 604g 4 에버뉴 물통. 접어서 쓸 수 있는 2L 용량. 42g5 레인웍스 카본 우산. 비가 많이 내릴 때를 대비. 153g 6 책. 캠핑장에서 읽을 용도. 433g 7 파타고니아 프리마로프트 아노락 점퍼. 침낭 대용. 286g 8 코베아 타프 텐트. 전실 확장용. 853g 9 빅아그네스 킹스 캐니언 UL 퀼트 침낭. 420g 10 고싸머기어 더 투. 폴대 없는 2인용 텐트. 736g 11 블랙다이아몬드 스톰라인 스트레치 아노락. 276g 12 랩 다운포어 에코 팬츠. 방수 바지. 320g 13 클라이밋 V 울트라라이트 SL 매트. R밸류 1.3. 발포 매트 대용. 322g 14 날진 물통. 1L 용량. 183g 15 알프스 가스. 314g 16 블랙다이아몬드 등산스틱. 525g. 이 외 여벌 옷 780g
오징어 데크펙.
오징어 데크펙Peg은 누가 만들었을까?

요즘 캠핑장 데크에선 아무 펙이나 쓸 수 없다. 일반 텐트용 펙을 사용해 데크가 파손됐을 경우 변상해야 할 수도 있다. 데크에서 텐트의 가이라인을 효과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유용한 장비 중 하나가 오징어 데크펙이다. '캠핑랩'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만들었다. 데크의 틈에 오징어 데크펙을 넣고 돌려주면 펙의 아래쪽 구부러진 부위가 나무에 박혀 고정되는 방식이다. 캠핑랩의 '오리지널' 오징어 데크펙은 상단이 마름모꼴로 되어 있다. 세모꼴로 된 것은 유사 제품이다.

트레킹 폴로 설치하는 고싸머기어 2인용 텐트와 코베아 타프를 이용해  야영장 데크에 자리를 마련했다. 
고싸머기어 더 투 텐트. 싱글월이다. 2인이 쓰기에 넉넉하다.
타프 텐트를 이용해 전실 확장!

우리가 캠핑장을 찾은 날 날씨 예보에 호우주의보가 떴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좁은 텐트 안에 두 명이 갇혀 있을 때를 대비해 타프 텐트를 하나 더 챙겼다. 2인용 텐트 끝 부분에 타프를 겹쳐서 설치해 전실을 확장했다. 이로써 더 안락한 분위기의 사이트가 완성됐다. 타프 텐트와 2인용 텐트 모두 폴대 없이 트레킹 폴로 설치할 수 있다. 타프 텐트의 높이가 다소 낮은 것이 단점이다. 캠핑용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야 허리를 펼 수 있다. (다행히 밤새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숨은벽 능선에서 본 사기막 야영장
사기막 야영장, 데크 사이트는 숲속에 단 3곳

수도권 유일,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작년 9월 개장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고 북한산성 탐방로 입구에서 4km정도 떨어져 있다. 숨은벽 능선 끝자락에 붙어 있고, 북한산둘레길 11구간(효자길)~12구간(충의길)이 캠핑장 앞을 지난다.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탄소중립'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어 제한사항이 몇 가지 있다. 전기차 외에는 캠핑장 출입이 어렵다. 일반 내연차를 이용하는 캠핑객은 북한산성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A구역 27곳이다. 그중 24곳은 모래땅으로 되어 있고 데크 사이트는 단 3곳으로 숲속에 자리한다. 숲속에 자리한 데크 자리 3곳 중 내연차를 이용하는 캠핑객을 위한 자리는 1곳이다. 그 외 캠핑장에는 산막텐트와 하우스(자연휴양림 숙소 형태)로 구성되어 텐트가 없어도 머물 수 있다. 화장실과 개수대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샤워장이 특이하다. 동전을 넣어야 작동된다. 1,000원에 6분 동안 쓸 수 있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우리가 캠핑장을 찾은 날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는데, 담당직원은 안내센터에서 텐트가 설치된 사이트까지 수시로 내려와 상태를 점검했다.

텐트 사이트 이용 가격은 주말 7,000~9,000원이고 산막텐트나 하우스는 주말 5만~7만 5,000원이다.

산행길잡이

서울 우이동 백운대탐방지원센터에서 사기막 야영장까지 갈 때 숨은벽 능선을 통해 가면 좋다. 설악산 공룡능선 일부 구간을 압축한 것 같은 길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을 가까이 끼고 가는 재미가 있고, 숨은벽 능선에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장관도 산행하는 맛을 더한다. 백운대에서 숨은벽 능선으로 가기 위해선 백운대를 돌아서 가야 한다. 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중에 나오는 '밤골' 안내판을 따라가면 된다. 자칫하면 인수봉 안부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밤골 방향 등산로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뒤돌아서 능선을 타고 백운대 안부로 가야 한다. 백운대 안부에서 계곡을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숨은벽 능선으로 향하는 철난간이 나온다. 난간을 따라 능선에 오르면 곳곳이 조망터다. 능선에서 북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남쪽 오르막은 숨은벽 리지 구간이다.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은 주의해서 갈 만 하다. 10분쯤 내려가면 숨은벽 마당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에서 북쪽 내리막에 유명한 해골바위가 있다. 초보자라면 해골바위에 오르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골바위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살펴서 가지 않으면 좁고 가파른 등산로로 빠질 수 있다.

해골바위를 벗어나 100m 정도 가파른 길을 통과하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40분쯤 가면 철조망이 둘러진 사기막골 입구가 나오며 오른쪽으로 널찍한 길로 가면 곧 사기막 야영장이다.

교통

사기막 야영장에서 1km 정도 걸어나가면 구파발과 연결된 대로가 나온다. 여기서 704번 버스를 타면 북한산성을 거쳐 구파발로 갈 수 있다. 사기막 야영장에서 북한산성 제1주차장으로 가는 셔틀 버스도 있다. 야영장 퇴실자에 맞춰 하루 4회(09:30, 10:20, 11:10, 12:10) 운영된다.

맛집

사기막 야영장 입구 쪽에 북한산숯불고기(02-354-0818) 집이 맛있다. 구워져서 나오는 돼지고기에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소스를 찍어 먹을 수 있다. 쌈채소를 무한 리필할 수 있고 누룽지도 서비스로 나온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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