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났는데 먼저 출발했던 카약 1척이 전복되어 있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내가 탄 가이드용 고무보트는 전복 현장으로 달려간다. 다행히 물에 빠졌던 탐방객은 카약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만약 뒤집힌 카약 속으로 들어갔다면 크게 위험할 수 있었다.
조금 큰 보트투어는 바다 물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 안정감 있게 벨루가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벨루가 관찰용 여러 장비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물속에 음파 탐지기를 넣어두고, 배 위에 스피커를 달아놓아 벨루가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10여 명의 벨루가 탐방객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허드슨강으로 나갔다.
넓은 바닷가로 나가니 이곳저곳에서 하연 등허리를 드러낸 벨루가들이 보인다. 몇 마리씩 떼를 지어 보트로 다가오고 있다. 가깝게 다가오면 벨루가들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새 소리인 듯, 찍찍 물건 끌고 가는 소리인 듯. 큰 소리가 들리면 주위에 벨루가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벨루가 몇 마리가 보트 옆으로 오더니 아는 체한다. 옆에 따라다니는 자그마한 녀석은 벨루가 새끼라고 한다. 어미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면서 수영과 먹이 잡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다.
북극곰에게 시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사냥터인 허드슨만이 쉽게 얼지 않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허드슨만이 얼기 시작하는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물개 사냥을 위해 바닷가로 나온다. 그 이동 루트의 길목에 있는 마을이 바로 처칠Churchill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허드슨만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가 자꾸 미뤄지고 있다. 그리고 얼었던 허드슨만이 빨리 녹아서 사냥 시기가 짧아진 북극곰에게 시련이 다가오는 것이다. 겨울 동안에 물개 사냥으로 충분한 영양 보충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자 굶주렸던 북극곰이 마을에 나타나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여름철 처칠강과 허드슨만이 만나는 해변가에는 수많은 벨루가들이 번식을 위해 모여든다. 배고픈 북극곰은 그 시기를 놓칠 수 없다. 알래스카, 러시아 북극 바닷가에 살고 있는 바다코끼리Walus를 북극곰이 공격해 잡아먹듯이, 이곳 허드슨만의 북극곰도 벨루가를 공격해 잡아먹는다. 해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다가오는 벨루가를 공격하는가 하면, 허드슨만의 바위섬에 올라가 기다리던 북극곰은 가까이 다가오는 벨루가를 다이빙해서 잡아먹는다. 성공률은 높지 않지만 배고픈 북극곰은 생존을 위해서 기다리고, 기회가 오면 공격한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