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醫政) 갈등 해소를 위해 현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부담까지 감수하며 제안했던 여야의정협의체(협의체)가 표류하면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의료계를 향한 한 대표의 협의체 참여 설득이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실마저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 신설' 등 별도의 해법모색에 돌입하면서 자칫 한 대표가 '존재감 과시를 위해 분란만 일으킨 사람'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원외인사라 직접 현안해결을 위해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협조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래 약 한 달 동안 의료계 인사들을 전방위로 접촉하며 협의체 참여를 설득해 왔지만, 29일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일부 의료단체에 '지난 27일까지 협의체 참여 의사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이번주에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여권 전반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한 대표가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제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가능' 카드에 대해 의료계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은 더욱 한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대통령(정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승부를 던졌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상황타개를 위해 공을 들인 대통령과의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 대표 지지율까지 꺾이는 분위기"라며 "의료계가 대통령실이 힘을 실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에 참여하거나 협의체 참여거부 의사를 밝히면 한 대표의 입지는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친한계 내부에서도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의 대답만 기다리는 모습으로는 유력 대권주자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28일 부산에서 "(의료계를 설득하는) 지금 이 노력은 어떤 시한을 걸어두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 앞에서 출구전략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