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틈새시장' 아열대 작물, 경북은 걸음마 단계…"농가 위험 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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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 농가 203곳에서 아열대 과수·채소 재배…재배면적 약 54㏊
난방비 등 초기 투자 비용 부담…재배 기술 생소해 발품 팔아야
경북 김천에서 최근만(49) 씨가 지난 2022년부터 운영 중인 애플망고 농장. 이수현 기자


경북의 미래 먹거리로 아열대 작물이 떠오르고 있지만 농가가 맞닥뜨리는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 시대의 '신소득 작물'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비해 생산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을 대표할 고품질 대체작물을 생산하려면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봉화·울릉을 제외한 도내 19개 시·군 농가 203곳에서 천혜향·경주봉 등 만감류를 비롯해 애플망고, 바나나, 커피, 여주, 공심채 등 아열대 과수·채소를 재배했다. 재배면적은 53.96㏊로 생산량은 489.6톤(t)이다.

대구 농가 7곳에서도 현재 레몬과 감귤, 천혜향을 재배하고 있다.

기후변화 틈새시장으로 아열대 작물이 주목받은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경북의 생산량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경북의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국내에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전남(2천453㏊)과 비교하면 약 45분의 1 수준이다. 2019년부터 5년간 아열대 작물 재배에 뛰어든 농가 수도 많아야 200곳을 겨우 넘었다.

농가에선 아열대 재배에 도전하는 데 위험 부담이 적잖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열대 작물은 생장하는 데 필요한 온도가 다른 작물보다 높아 난방비 등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망고 난방비는 경영비의 55%, 파파야는 경영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재배 기술이 생소해 농가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점도 난관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한라봉·레드향·애플망고·황금향 재배 기술 매뉴얼을 지난해 발간해 경북에 맞는 재배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경북에서 재배 중인 다른 작목 매뉴얼은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만감류는 제주 중심으로 기술이 알려져 지역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고충도 있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유통할 수 있는 경로도 마땅치 않아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입하는 외국산 아열대 작물에 비해 국내산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채종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농가가 초기 비용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시설 임대 등을 하는 방법과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안까지 정책에 함께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시장 규모를 고려한 단계적 생산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기존 특화 작물 및 시설 농업 관련 시설과 정책 기반을 아열대 작물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고령성주칠곡)은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농작물 및 과수 재배지가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정부 부처와 함께 신품종 연구와 보급, 재배기술 교육 확대, 다양한 판로 개척 지원 방안을 고민해 나가면서 농가소득 증대와 미래농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경북 영주에서 망고링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 망고링은 플럼코트 중 심포니 품종을 노란색과 둥근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영주시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이다.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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