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무작정 끌려간 전쟁터”…한국전 소년병 진실규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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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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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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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6명 명예회복 권고…공헌 상응하는 지원·예우 없어
이승만 대통령과 밴 플리트 장군이 국군 9보병사단 검열 중 주한미군사고문단(KMAG) 훈련학교에서 국군 병사(소년병)의 소총을 관찰하는 모습. 2024.7.10. 진실화해위 제공


1950년 8월 23일. 당시 만 15세 9개월이던 장모(90) 씨는 총알과 포탄이 날아드는 전장으로 강제 징집돼 4년 3개월간 군 복무했다. 학교에서 모이라고 해 운동장으로 갔더니 아무 말 없이 트럭에 태워져 훈련장으로 갔다. 또 다른 장모(91) 씨는 같은 달 10일 만 17세 6개월의 나이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간 곳에서 처음 총을 손에 들었다. 그렇게 '내가 군대에 왔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강제 징집된 군에서 3년 10개월 복무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이렇듯 영문도 모른 채 학교서 전쟁터로 징집된 '한국전쟁 소년병' 진실 규명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소년병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한 후 1년 4개월 만이다.

10일 진실화해위는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82차 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중 소년병 참전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진실규명이 결정된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자원입대한 4명과 강제 징집된 2명이 진실규명을 신청한 건이다. 참전 당시 이들은 15~17세 나이로 3~4년가량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소년병은 한국전쟁 당시 병역의 의무가 없었음에도 자원입대 혹은 강제 징집돼 전황이 불리한 시기에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함으로써 국가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공헌했다"면서 "소년병이 겪었던 전쟁의 트라우마, 교육의 기회 상실, 사회 부적응과 자립 기반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피해 사실 등을 인정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과 관련한 소년병 참전자는 3만명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인권침해 여부와 관련해서는 소년병의 병역 수행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난 극복을 위해 소년병 참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소년병 제도가 법적 문제나 인권침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대한 건을 현행법을 소급 적용하거나 국제 규범을 반영해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그 공헌과 헌신에 상응하는 별도의 지원 및 예우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소년병의 실질적인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국가에 권고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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