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조립해 30분만에 짓는 모듈러 주택, 건설현장 트렌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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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8.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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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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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방식보다 30% 단축…건축 폐기물, 탄소 배출도 줄여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8천55억원 규모…2022년 대비 396%↑
비싼 공사비는 걸림돌…이한준 LH 사장 "공공주택 중심으로 규모 확대"
4일 세종시 산울동 6-3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단지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이 모듈러 유닛(Unit) 양중 작업을 하고 있다. 이수현 기자


거대한 크레인이 '모듈러 유닛'(Unit)을 4층 건물로 들어 올렸다. 컨테이너 박스를 닮은 이 유닛의 정체는 21㎡ 규모 조립식 주택, 1인 가구가 살기에 손색이 없는 집이다. 5분가량 양중 작업을 거쳐 건물에 조립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내년 3월이면 이 주택에 실제로 입주가 이뤄진다.

조립식 집을 짓는 모듈러 공법이 건설 현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4일 언론에 세종시 산울동 6-3 생활권 통합 공공임대주택단지 건설 현장을 공개했다.

이곳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국내 최대 규모 주택 단지로 올해 12월 준공,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체 규모는 지하 4층부터 지상 7층까지 모두 416가구다. 이 가운데 입주민을 받는 지상 3층~7층까지를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 중이다.

모듈러 공법은 쉽게 말해 조립식 장난감인 '레고 블록'을 닮았다. 개별 주거 공간을 박스 형태로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해 설치한다. 철근콘크리트(RC) 방식보다 공기(工期)를 약 30% 단축할 수 있고, 건축 폐기물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공법으로도 주목받는다.

이날 LH는 거실, 주방·침실 1개로 구성된 전용면적 37㎡ 규모의 샘플 주택을 공개했다. LH 관계자는 "전기와 모든 배관이 제작된 채로 이송되므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제작돼 이송된 유닛은 크레인 양중 작업을 거친 후 골조부위 연결 및 좌·우 모듈러 결합, 상·하 모듈러 결합 등의 단계를 진행해 총 30분간 조립된다.

4일 세종시 산울동 6-3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단지 건설 현장에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거실, 주방·침실 1개로 구성된 전용면적 37㎡ 규모의 샘플 주택을 공개했다. 이수현 기자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8천55억원 규모로 2022년 대비 396% 성장했다. 2020년과 비교해선 1천303%까지 불어났다. 심상치 않은 성장세에 업계 전문가들은 모듈러 주택 시장이 2030년 최대 4조4천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H는 4일 국내 최고층인 20층 모듈러 주택(경기 의왕 초평지구)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모듈러 주택의 높이는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은 13층이지만 모듈러 공법 개발에 일찍이 착수한 영국은 44층, 미국은 32층, 싱가포르는 56층까지 건물을 쌓았다. 현장 건설 방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모듈러 건축을 육성한 결과다.

정부도 지원 사격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동안 270만호 주택 공급을 공약하면서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모듈러 공법이 묘안으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스마트건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모듈러 주택에 대한 용적률·건폐·높이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2일 '모듈러 주택 활성화 정책포럼'에서 "연내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모듈러 주택 관련 높이 제한이나 용적률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무엇보다 일반 철근콘크리트보다 모듈러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30% 비싸고 기술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손인택 서한 영업본부장(상무)은 "민간 시장에 보다 확대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모듈러 공법의 장점이 많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단가 높아서 선뜻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공공주택 중심으로 일정한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모듈러 주택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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