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상적인 나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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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8. 오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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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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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하면 불확실성에 따라서 입시 현장에서도 혼란 클 것"
◇[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7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대통령실은 ‘2026년도 의대 정원 확대 유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배경에 대해 28일 "유예하면 불확실성에 따라서 입시 현장에서도 굉장히 혼란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입시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정원은 지난 4월 말에 대학별로 정원이 배정돼 공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수험생들, 학부모들이 함께 이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논의하고 유예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2025학년도 정원 자체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유예하자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실은 정말 응급에 맞는 환자들만 와서 신속히 치료할 수 있게 특별대책을 마련했다"며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겠지만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며 의료공백이 이어진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내원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2024.8.21. 연합뉴스.


대규모로 의사가 빠진 병원에 대해서는 매일 진료량과 수술, 입원 환자 숫자 등을 체크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와 3분 진료 얘기가 나오는데 그만큼 인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를 해소하려면 의료 개혁을 해야 하고, 의료 개혁의 기반이 되는 게 결국 의사 숫자를 증가시키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는 독점적인 인력 공급 구조를 갖고 있어 집단행동을 하게 되면 정부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가 제로에 가깝다"며 "그렇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하고 국민 생명과 직결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책이 펴기 어려운 형국으로 빠져들고,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료 개혁을 위한 재정 지원책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의료를 안보, 치안과 동일한 수준에 놓고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향후 5년간 국고로만 10조원을 투자하고, 건강보험 재정으로도 5년간 10조원 이상 투자해 합치면 20조원이 넘는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의사 면허만으로 개원과 독립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없다며 향후 '진료 면허'(가칭) 도입을 검토하기로 발표한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8.21. 연합뉴스.


또 "전공의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의 감소 때문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임상 부분 말고도 의료산업이나 다른 분야에 굉장한 발전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의정 갈등 해법을 놓고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앞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로 야기됐던 '윤·한(윤석열 대통령·한 대표)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관계자와의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27


한 대표 측은 국민의 의료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방안이 전공의 등을 복귀시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그대로 시행하되, 2026년도에는 증원을 1년간 유예하자는 제안을 지난 25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내놨다. 전날 밤에는 페이스북에서 이 같은 제안을 공개하면서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증원 유예'를 비롯한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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