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국정 책임자 사과·특별법 등 후속조치 절실
간첩으로 몰려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돼 가혹행위를 겪었던 납북귀환어부들에게 경찰서장이 고개를 숙였다.
28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이은실(사진) 전 고성경찰서장은 최근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문을 전하고 사과했다.
수사기관의 장이 직접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건 50여년 만이다.
이 전 서장은 공로연수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주 고성과 속초지역에 사는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문을 직접 전하고, 만나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사과문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는 A4용지 1장 분량의 사과문을 통해 "국가를 대신해 수사 과정에서 큰 피해를 당하신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968년 납북귀환어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와 경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는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 다시는 이 땅에서 국가에 의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추후 진실화해위원회에 충실하게 자료를 제공해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적극 협조해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측은 이 전 서장의 사과를 환영하지만 특별법 제정 등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엄경선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운영위원은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고장인 고성군의 일선 경찰서장이 용기를 내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사례는 드문 일로 크게 환영할 일”이라며 “개별적인 피해당사자와 가족만이 아니라 전체 납북귀환어부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에 대해 국정책임자(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성의있는 사과와 후속조치가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