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오늘부터 시행…출생신고 누락 없도록 국가가 모든 아동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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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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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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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보호출산제 전 직접 양육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체계 구축
보호출산 시행첫날 폐지론자들 집회…"아동 유기 조장·고아 양산"
[보건복지부 제공]


오늘(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이 자동으로 등록되는 '출생통보제'와,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는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수원 영아 사망사건과 같은 아동의 출생 등록 누락 사례를 막고, 국가가 모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정부는 산모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 보호출산제를 고려하기 전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담 체계도 구축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부터 출생통보제와 위기 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를 동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생모의 성명, 출생 연월일시 등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2021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출생아의 99.8%가 의료기관에서 출생하는 만큼, 출생통보제를 통해 대부분의 출생아를 공적 체계에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개별 병원에서 전자 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출생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 등록 시스템으로 통보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출생 정보가 지자체에 통보됐는데도, 출생 후 1개월 안에 신고 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의무자에게 7일 안에 신고하도록 독촉 통지한다.

이후에도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아동의 출생을 등록한다.

출생통보제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을 공적 체계에서 보호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다.

임신과 출산을 주변에 밝히기 꺼리는 일부 임산부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한 뒤 유기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한다.

◇출생통보 및 위기임신보호출산제 시행 관련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보호출산제는 경제·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 통보까지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하기 전에 관련 상담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보호출산 절차와 친권 상실 등 법적 효력, 자녀의 권리 등에 대해 다시 상담받아야 한다.

다만 이 제도는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하므로 정부는 임산부가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게 전국 17개 시도에 위기 임산부 상담기관 16개를 설치해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아이가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나더라도, 임산부는 최소 일주일 이상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 기간을 보내야 한다.

보호출산을 선택한 임산부는 아이가 향후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때 자신의 이름, 연락처,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작성해 기록을 남겨야 하고, 이 기록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히 보존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된 이후, 혹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해당 기록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이용하기 전 24시간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전화(☎1308)도 마련했다.

상담 기관은 초기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자의 수요를 우선 파악해 긴급 출동이 필요한 경우 현장에 직접 나가 임산부를 돕는다.

또 상담자의 가족이나 생부와의 관계에 대한 상담, 정신과 등 의료 지원, 임산부의 상황에 따른 생계·주거·고용·교육·법률 지원 등 다른 서비스도 연계한다.

정부는 위기 임산부 등 한부모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상담기관을 통해 연계된 위기 임산부는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부모 가족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19일부터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이 시설에서는 안전한 출산 지원, 입소자 상담·치료·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는 또 한부모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는 자녀당 월 21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5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취업 지원을 위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업교육훈련·여성인턴 과정 및 폴리텍대학 전문기술 과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정보 취약계층인 위기 임산부가 상담기관을 알고 찾아올 수 있도록 임산부들이 찾기 쉬운 장소인 약국, 산부인과 병원, 보건소, 대학교 상담센터, 가족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홍보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출생통보제 도입은 모든 아동이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공적 체계에서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며 "최초로 공적 자원을 지원해 위기 임산부가 체계적인 상담을 받고, 어떤 임산부라도 안심하고 병원에서 출산해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나 사회 구성원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 [김미애 의원실 제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이날 "보호출산제와 출산통보제 시행은 아동보호에 대한 공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아동보호 체계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호출산(익명출산) 입법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21대 국회 첫해인 2020년 10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장관에게 베이비박스 해법을 요구하면서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병행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해 11월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맞은편에서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의원은 현장을 찾아 어린 영혼을 추모하고, 다시는 태어나자마자 죽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사건 발생 한 달 뒤, 김 의원은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 해 2월 국회 보건복지위에 법안이 상정됐고, 법안심사소위에서 김 의원이 고군분투했지만 아동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의원과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김 의원은 2022년 7월 보호출산제와 출산통보제를 병행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산부인과의사회, 복지부, 법무부 등과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2월엔 보호출산 단일 주제로 한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일부 의원들의 동참을 끌어냈다.

한 달 뒤 보호출산제 도입 전제조건 중 하나인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기 위해 의사단체 의견을 수렴한 출생통보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6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영·유아 2천236명이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경기 수원시 가정집 냉장고에서 아기 시신 2구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두 제도를 병행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지난해 6월 말 출생통보제 법안이, 10월에 보호출산제 법안이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날 두 제도가 시행됐다.

김 의원은 "보호출산제는 누구나 보장받아 마땅한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울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기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더 큰 책임감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보호(익명) 출산제 폐지연대와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익명) 출산제를 폐지하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는 '보호출산제'가 이날부터 시행된다. 2024.7.19


한편, 보호출산제 폐지연대와 고아권익연대는 이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국회 앞에 모여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보호출산이 아동 유기를 조장하고 고아를 양산한다며 보호출산제 대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법이 아니라, 경제·심리·신체적 이유로 자녀 양육이 어려운 어른들이 책임을 저버리고 방기하는 권리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원 영아 사망사건은 출생등록제 미시행에 따른 신생아 관리 부실로 인한 비극이지, 익명 출산을 허용함으로써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적 부부 관계인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었던 수원 사건 희생 아동은 양육 지원이 필요했던 경우로, 보호출산제가 있었다고 해도 해당 아동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신생아는 보호의 대상일 뿐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고 독립된 인격체이자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며 "정부를 포함한 누구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신생아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보호출산제를 즉시 중단하고 국회는 이 법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호출산 대신 임산과 출산, 양육에 대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에 중점을 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산모와 아동의 자립을 돕고 주거, 교육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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