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초점]농촌활력촉진지구 지정과 ‘코이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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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 강릉시이·통장협의회장


해가 길어지고 별들이 가늘어지는 7월이다.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잎들이 녹음으로 바뀌며 기지개를 켠다. 때마침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인 소서(小暑)도 지났다. 7월은 한마디로 변화의 시점이다.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의 많은 분야가 절기처럼 변화된다. 이미 출범한 22대 국회를 비롯해 전국 지방의회의 리더십도 바뀌었다. 냉엄한 국제관계, 경제, 문화 등이 모두 변하지만 유독 바뀌지 않거나 그대로 있는 분야가 농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올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2023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3년 강원도내 농가인구는 13만9,699명으로 전년도 대비 4,734명 감소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또 사상 처음으로 농가인구가 14만명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도내 농가인구 중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나 농촌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30대 청년 농가인구는 2022년 1만336명에서 9,454명으로 882명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농업 이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겸업농가’가 많이 늘었는데, 이 분야도 전국 평균(43.6%)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농업소득만으로는 기본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농가 고령화율도 심각해 농업·농촌을 이 상태로 내버려 뒀다간 급속히 붕괴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과연 농촌에 희망이 있는가. 우리가 지금 힘들어도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와 강릉지역에서 농사와 씨름하며 온 게 이립(而立)의 세월을 넘는다. 하지만 농업경영에 대해 희망이란 단어를 쓰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하기만 하다. 앞뒤 사정이야 어떻든 농부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때에 생산해 제때에 유통하고, 제값을 받고 팔기를 원한다. 선택권을 갖고 있는 국민(소비자) 역시 품질 좋고 신선한 농특산물을 합당한 가격에 구매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한 해의 풍흉을 결정하는 확실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고, 고령화되고 영세한 농가의 중심축인 농업은 값싼 외국 농산물에 밀리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묘수가 있다면 올해 6월부터는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으로 농촌활력촉진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농촌활력촉진지구는 농지를 활용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에 활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농지규제를 완화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농지의 효율적인 활용뿐만 아니라 개발 가능지 확대 효과, 지역 앵커사업 추진의 적절성 확보, 민간 투자유치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농촌활력촉진지구를 내실 있게 지정하고 연계해 나간다면 일자리 창출, 농촌·문화시설 구축 등을 통해 인구 유입과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바라는 염원이 있다면, 농업을 농업답게, 농촌을 농촌답게 만들어 일터, 삶터, 쉼터로서의 다원적 기능을 고려한 정책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비단잉어의 일종인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작은 어항에서는 5~8㎝의 작은 물고기로 머물지만, 넓은 호수나 강물에서는 1m도 넘는 대어로 자라난다고 한다. 코이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환경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이를 ‘코이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지역의 농업도 코이의 법칙이 적용된다. 농업·농촌과 국민은 그 나라의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이다. 농업인들이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쳐 수레를 운영하고, 코이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농업환경을 조성해 주시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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