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 이틀간 180㎜ 물폭탄…불어난 물에 40대 여성 휩쓸려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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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5.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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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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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전북·충북 등 농경지 침수 피해…"장맛비 당분간 지속"
밤사이 전국 '폭우'…서울, 수요일까지 최대 120㎜ 이상 비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이틀간 180㎜의 물폭탄이 쏟아져 밤사이 불어난 물에 40대 여성이 휩쓸려 실종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지자체들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에 돌입하고 분주히 비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9일 경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2분께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부기천에서 40대 여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오전 8시 28분께 실종자 직장 동료의 신고를 받고 장비 21대, 인력 93명을 동원해 수색했으나 오후 4시 현재까지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에는 이틀간 180㎜에 달하는 굵은 비가 쏟아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산 하양 179.5㎜, 포항 오천 166.5㎜, 대구 163.2㎜, 영천 131.8㎜, 경주 황성 122㎜, 고령 116.5㎜, 성주 103.5㎜, 청도 96.5㎜, 칠곡 팔공산 85.5㎜, 울릉 독도 79㎜ 등이다.

이날 오전 6시 28분께 대구 구지면 유산리 가산교차로에서는 차량 4대가 길 위에서 침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 활동을 펼쳤다.

대구 군위군 의흥면 읍내리에서는 전날 오후 11시 34분께 집중 호우로 하수구가 역류하며 침수된 집안에 갇혔던 1명이 소방 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실종된 여성의 차량.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경북에서는 농작물 632.5㏊(안동 256.4㏊·상주 125.9㏊·의성 155.2㏊·영양 62.0㏊·예천 33.0㏊)가 침수돼 농민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영천에서는 돈사 한 곳이 물에 잠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익산 용동·망성면 일대 비닐하우스 20㏊(상추·토마토·수박)에도 밤사이 물이 들이찼다.

이곳은 지난해 집중호우 때도 금강 수위 상승 등으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를 봤다.

이날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왕봉수(60)씨는 "어제 새벽까진 괜찮았는데, 그 뒤로 비가 많이 오면서 하우스가 잠겼다"고 탄식했다.

또 비가 집중된 충북 옥천군에서도 농경지 11㏊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오후 들어 비가 대부분 그쳤으나 농가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도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44분께 충남 홍성군 홍성읍의 한 주택가 축대가 무너지며 도로가 유실됐고, 세종시의 주택 벽체가 기울어져 행정 당국이 긴급 안전조치에 나섰다.

이외 전국에서 나무 쓰러짐, 도로 침수, 하수구 역류 등 신고가 빗발쳐 소방 당국은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에서 경찰이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2024.7.9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에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던 서울 한양도성도 피해를 봤다.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께 북악산 백악쉼터 인근 한양도성 성곽 약 30m 구간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측은 이날 오전 7시께 등산객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뒤, 북악산 1번 탐방로 입구 일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재 창의문에서 청운대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출입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피해가 없도록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양도성은 서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 성곽 유적이다.

◇ 9일 서울 북악산 한양도성 성곽 일부가 무너져 있다.종로구청과 종로소방서 등에 따르면 밤새 내린 비로 전날 오후 10시께 성곽이 무너졌다.


◇폭우가 내린 9일, 익산시 용안면 한 단독주택의 주방 천장이 무너져 있다. 2024.7.9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과 전선상 발달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10일 밤까지 대부분 지역에 비가 더 내리겠다. 저기압이 다가올 땐 중부지방 중심으로, 저기압이 동해까지 빠져나간 뒤엔 호남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일단 9일 밤부터 10일 아침까지 수도권, 강원중·남부, 충청에 시간당 30~50㎜씩 비가 쏟아질 수 있다. 같은 시간 강원북부엔 시간당 20~30㎜씩 비가 오겠다.

남부지방은 예상 강수량이 30~80㎜이다. 다만 광주·전남·경북북부·경남서부는 150㎜ 이상, 전북·대구·경북남부는 120㎜ 이상 비가 올 수 있다.

제주는 10~11일에 20~80㎜ 비가 내리겠다. 장맛비엔 강풍이 동반되겠다.

10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전국에 순간풍속 시속 55㎞(산지는 시속 70㎞) 이상 강풍이 예상된다. 제주북부·북부중산간·산지는 바람이 더 세게 불어 순간풍속이 시속 70㎞(산지는 시속 90㎞)를 웃돌 정도겠다.

정체전선은 10일까지 비를 뿌린 뒤 북쪽에서 남하하는 건조공기에 밀려 제주 부근까지 남하하겠다. 이에 11일 내륙엔 장맛비가 멈추겠으나 습도가 높고 대기가 불안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5~40㎜의 소나기가 쏟아지겠다.

장맛비에도 기온은 평년기온 정도거나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

비가 내릴 때 기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거나 그치면 바로 기온이 올라 습도가 높고 무더운 찜통더위가 나타나겠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21~25도, 낮 최고기온은 24~30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도시 예상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은 서울 23도와 30도, 인천 23도와 29도, 대전 23도와 27도, 광주 24도와 28도, 대구 24도와 30도, 울산 24도와 29도, 부산 24도와 26도다.

바다는 당분간 안개가 끼고 풍랑이 거칠겠다.

서해남부먼바다·제주남서쪽안쪽먼바다·제주남쪽바깥먼바다에 9일 밤, 남해서부먼바다·제주앞바다·제주남동쪽안쪽먼바다·남해동부먼바다에 10일 새벽, 동해먼바다에 10일 오전부터 바람이 시속 35~60㎞로 거세게 불고 물결이 2~4m로 높게 일기 시작해 풍랑특보가 내려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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