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호텔 주차장 출입구 쪽부터 과속…부부 간 갈등 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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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3. 오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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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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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원인규명 속도…전날 동승자 참고인 조사·물증 확보
운전자, "사고 직후 차에서 '우두득우두득' 소리 난 뒤 튀어나갔다"
동승자 "브레이크 안들었다"…블랙박스·CCTV·EDR 국과수 분석 중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 출구. 사진=연합뉴스


속보=월요일인 지난 1일 저녁 시간대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 차모(68)씨가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주요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물증을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3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차량의 속도·급발진·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차량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 소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G80의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 정밀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분석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경찰은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차씨가 사고 직전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1차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과장은 "EDR 기록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최종적으로 보고 말씀드리는 게 맞는다"며 말을 아꼈다.

정 과장은 또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과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고 속도가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갈비뼈가 골절된 차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로부터 차씨의 건강 상태에 관한 설명을 들었으며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 정식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정 과장은 "피의자의 몸 상태가 호전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 A씨는 전날 경찰서로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첫 조사를 진행했다.

정 과장은 "A씨가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의 1차 진술을 했다"며 "피해 차량인 BMW와 소나타 차주도 조사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정 과장은 G80 블랙박스 영상에 급발진이나 운전 과실을 뒷받침할만한 정황이 담겼느냐는 질문에 "수사 내용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부부 간 갈등 상황이 있었다는 풍문에는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지막 사고 지점과 정차 지점에서 스키드마크(Skid mark)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착오였다고 정정했다. 스키드마크는 운전자의 제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 단서여서 경찰이 확인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유류물 흔적이었다"며 "브리핑 발언을 정정한다"고 말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3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난 1일 저녁 발생한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해 차량 2대를 들이받은 후 인도로 돌진해 신호 대기 중인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들은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이들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부상자를 1명 추가로 확인했다.

이 부상자는 사고로 사망한 시청 공무원 2명과 함께 식사한 동료로, 경상을 입었다. 다른 피해자가 병원에 후송될 때 동행해 현장에 없어서 뒤늦게 파악됐다. 이로써 이번 사고의 사상자는 사망자 9명, 부상자 7명으로 총 16명으로 늘었다.

◇3일 오전 이틀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2024.7.3 사진=연합뉴스


한편, 운전자 차씨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이다. 아유 죽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가 다니는 경기 안산시의 모 버스회사 동료인 B씨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차씨와 두차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사고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화는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께 차씨가 B씨에게 걸어 짧게 통화했고, 곧이어 B씨가 차씨에게 걸어 사고 상황을 다시 물었다고 했다.

B씨는 "차씨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갑자기 차가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한 뒤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브레이크가 딱딱해진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이틀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 및 추모글 등이 놓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B씨는 "사고가 나고 조금 있다가 차씨가 전화해서 '급발진, 급발진, 아유 죽겠다'라고 말했다"면서 "사고 자체가 크니까 정신이 나갔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차씨는 급발진이라고 느낀 거다. 그는 차량 정비기술자인데 그걸 모르겠느냐"면서 "차량 블랙박스도 작동이 되고 음성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기사이면 사람들에게 차를 돌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도 내가 물어봤는데 자기도 그러고 싶었지만 차가 워낙 빠르게 질주했고, 제멋대로 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차씨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고 한번 없었고 운전도 잘하는 편이었다"면서 "저도 30년 기사 일 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를 급발진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차씨에게 들은 내용하고 뉴스와 유튜브 내용하고 너무 다르다"면서 "그가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이 아니라 차가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주장했다.

차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운전자 과실, 급발진 여부 등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한 차씨는 지난해 2월 3일 안산의 버스회사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행해 왔다.

이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 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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