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78)김기태 ‘무겁고 높은’

입력
기사원문
오석기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겁고 높은’은 올해(2024)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원주출신 김기태의 문단 데뷔작이다. 소설가로서 대중들에게 선 보이는 첫번째 작품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탄탄함이 느껴지 작품이다. 그것이 단편소설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베스트셀러로 한 창 뜨고 있는 그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실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을 특정하지 않는다. 다만 정황(?) 상 강원도의 탄광촌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가 기우는 산등성이로 카지노가 보였다”라는 문장에서 이내 정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월과 태백의 모습도 섞여있는 강원도 탄광촌의 교집합, 미지의 어디 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은 탄광촌을 배경으로 꿋꿋하게 성장해 가는 고등학생 역도 선수 송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송희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대회를 준비하며 역도에 대한 열정과 삶의 무게 사이에서 고민한다. 송희는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고 극복하려 한다. 송희는 100kg 바벨을 들어 올리고 버리는 것을 목표로 훈련하지만, 성공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송희가 목표로 하는 ‘100kg’은 단순한 무게를 넘어 송희가 극복해야 할 현실의 한계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역도는 송희에게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극복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송희는 역도를 통해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처, 그리고 탄광촌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 한다. 소설은 송희가 졸업식을 앞두고 눈 내리는 역도장에서 마지막으로 바벨을 잡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소설의 무대인 탄광촌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을 넘어 송희의 삶과 내면을 투영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등장한다. 탄광촌의 어두운 분위기는 송희가 처한 암울한 현실과 삶의 무게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탄광촌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쇠락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송희 아버지 세대의 희생과 좌절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송희는 탄광촌의 어둠 속에서도 석탄처럼 숨겨진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며, 이는 역도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송희의 내면과도 연결된다. 송희는 바벨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좌절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힘을 얻는다. 작가는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송희의 내면과 탄광촌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김기태는 화려한 수식이나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삶의 무게와 희망, 좌절과 극복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흡입력있게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송희가 눈 내리는 역도장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왼발 오른발을 눈밭에 디디며 빙판과 진창의 시간을 예비하던 긴 겨울 한가운데’와 같은 시적인 표현을 만나는 순간, 긴 여운이 스스륵 다가온다. “역도, 카지노가 들어선 탄광촌의 현실, 성장통 등 단편소설 한 편에 담기 힘든 여러 소재를 끌어들였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게 만드는 흡인력이 돋보인다”는 동아일보 단편소설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한다.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문화예술분야, 교육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