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흥호리 마을에 파견된 전기기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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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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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이인휘 ‘부론강’


이인휘의 장편소설 ‘부론강’은 두 남녀의 만남을 얼개로 해 오롯이 원주, 그 중에서도 ‘부론’에 대한 이야기를 내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한 작가가 이전에 보여왔던 노동과 사회문제에 관한 이야기와는 확실히 선을 긋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작가는 부론면의 자연 경관과 고유한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부론강은 물론 거돈사지 천년 느티나무, 법천사지, 손곡리 등 부론면의 다양한 장소들은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각각의 장소는 그 자체로서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책 장을 넘길 때 만나는 예상을 뛰어넘는(?) 섬세한 묘사는 작가가 부론면의 자연과 역사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 소설은 원주의 작은 마을 부론면을 배경으로 한 전기기사 원우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우는 문막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다가 부론면의 흥호리 마을로 파견된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사적 ‘부림’에 의한 것이지만 그것이 원우의 인생에 새로운 국면으로 다가온다. 부론면에 도착한 원우는 한 술집에 전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찬미와 복실을 만난다. 그 술집은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지다. 원우는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교류하며 찬미와도 가까워진다. 찬미는 원우에게 부론강에 얽힌 자신의 아픈 과거와 꿈을 털어놓고,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는다. 글을 쓰는 원우와 사진을 찍는 찬미는 부론면의 역사적 장소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더욱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부론면에서의 생활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최 이장은 찬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원우와 찬미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깊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을 더이상 막을 수는 없었다. 부론강은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적 공간으로 등장한다. 원우와 찬미는 부론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꿈을 키워간다. 부론강의 자연은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과 치유를 제공하며,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부론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을축제는 부론면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행사로 그려진다. 원우와 찬미는 축제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서로의 꿈과 희망을 나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찬미는 부론강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원우를 떠올리며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부론강은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 소설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장편소설 ‘부론강’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찾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부론강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작가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치유, 공동체의 중요성을 아름답게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을 안겨준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이인휘의 화려한 문장 구사 실력에 흠뻑 매료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우와 찬미가 서로에게 끌렸던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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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 교육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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