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나그네 태운 소가 청평사 와서 죽었다' 전설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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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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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 -(21)

첫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실려
밀짚모자 쓴 그녀와 짧은 동행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김유정문학촌이 각자, 또 따로 진행하던 ‘김유정 추모제’가 3년 만에 한날한시, 한 장소에서 치러진다. 수년 동안 반목하던 두 단체의 화해에 지역 문단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대녕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뜬금없는 전개 같겠지만 갑자기 날아든 희소식에 그 그리고 그의 어떤 소설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렇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춘천을 배경으로 한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이다.

윤대녕의 첫 소설집 ‘은어낚시통신’에 실려 있는 단편으로 1994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김도연의 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처럼 소는 불교적 세계관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이 딱 그렇다. 소설 속에 나오는 소를 찾아나선 여정은 인간 본성의 회복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그린 불교 선화(禪畵) ‘심우도(尋牛圖)’ 의 내용과 맞닿아 있다.

소설에도 소를 찾아나서는 ‘심우’로 시작해 ‘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보다)’, ‘견우(見牛·소를 발견하다)’, ‘득우(得牛·소를 붙잡다)’ 등의 순서로 이어지는 심우도(또는 십우도·十牛圖)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1996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에 선정된 중편 ‘천지간(天地間)’도 불교의 연기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사상에 뿌리를 둔 윤대녕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연인 ‘금영’이 춘천 청평사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춘천행 통일호 열차에 몸을 싣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불가에 귀의한 금영은 며칠 전 환속을 한 상태. 불안감 속에 열차에 오르게 된 ‘나’는 자주색 띠의 밀짚모자를 쓴 한 여인을 보면서 금영을 떠올린다. 춘천에 도착한 ‘나’는 청평사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소양댐으로 향하지만 마지막 배는 이미 끊겨 있다. 밀짚모자를 쓴 그녀도 양구 가는 배를 타려다 포기하고 ‘나’와 짧은 시간 동행이 된다. 안개가 가득한 거리 한 술집에서 ‘나’와 그녀는 술잔을 기울인다.

그녀는 옛날에 나그네를 태운 소가 청평사에 와서 죽었다는 전설에 대해 말한다. 정신이 번쩍 든 ‘나’. 그것은 다름 아닌 금영과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여관에 든 나는 “여긴 나그네를 태운 소가 가끔 들어올 법한 그런 곳”이라고 말하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 날 새벽 그녀는 떠나고 나는 “언젠가 소를 탄 나그네가 되어 여기 오리라” 생각한다. 윤대녕의 표현처럼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게 느껴지는 사람”인 금영과 첫 만남인데도 100 년 전부터 함께한 것 같은 그녀는 대조적으로 비친다. 금영을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만난 그녀는 불교의 연기설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인연인 것이다. 금영을 찾아 공지천 ‘에티오피아’에 들른 일이나, 미시령을 넘어 양구로 가는 버스를 언급하는 장면 등은 작가의 취재가 얼마나 꼼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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