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태백산맥 서남쪽 자리에 조선 감영 들어선 ‘W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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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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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김희선 '라면의 황제'

9편 작품 중 5편 ‘W시' 배경
원주 특정 거대한 세계관 그려
“영감을 주는 미스테리한 도시”




춘천 출신 소설가 김희선의 소설집 ‘라면의 황제(자음과모음 刊·사진)’에는 ‘W시’라고 불리는 수상한 도시 한 곳이 여기저기에 등장한다.

김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이 원주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W가 원주(Wonju)의 이니셜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뚜렷한 물증없이 W를 원주로 특정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첫 단편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에서 시작된 소설 읽기의 긴 여정을 거쳐 어느 단편 앞에 도착하고 나면 W가 바로 원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증거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그 단서는 소설집의 여덟 번째 단편 ‘경이로운 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글이 시작되자마자 “W시는 한반도의 중심부이자 강원도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백산맥의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결정적으로 “조선에 이르러서는 요즘의 도청에 해당하는 감영이 이 도시에 들어섬으로써 명실상부한 강원도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원주’ 확정. 강원 감영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빼박’ 증거니까 그렇다.

W시는 소설집의 세번째 단편 ‘라면의 황제’에서 처음 등장한 후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 ‘지상 최대 쇼’, ‘경이로운 도시’,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에 이르기까지 수록된 9편의 작품 가운데 무려 5편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W시를 분모로 한 각각의 단편은 김희선표 글쓰기의 특별함을 한껏 드러내며 따로 또 같이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특히 ‘경이로운 도시’에서 도청이 다른 시(이 세계관에서는 ‘C시’라고 표현할 것 같다)로 옮겨 간 것이 W시 시민들에게 상실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내용을 외계의 비행접시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연결하는 작가의 빌드업 솜씨는 탁월하다. 어쩌면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을 서로 버무려 놓으니 그것의 사실 여부를 판가름해 보고 싶은 ‘증명의 강박’에 빠지기도 한다. 엄연히 픽션(Fiction)인데도 말이다. 그런 분위기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작가의 말에 다다라서 감사를 표하는 그의 글에 또 한번 넘어가 버린다.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선호 옹, 라면 가게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허삼식 노인에게 감사를 표하는데, 모두 실재(實在)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을 가공 했구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지구를 떠나버린 외계인들에게 이르기까지......”가 나오면서 빵 터진다. 아무튼 이번 소설집의 이야기들은 기승전 원주, W시로 수렴된다.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미스터리한 도시, W시에 무한한 애정을 전한다”는 작가의 말까지 이제는 소설집 전체를 구성하는 또 다른 에피소드로 이해하며 결론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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