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집·바다가 보이는 산…아버지가 원했던 ‘영면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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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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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작가 소설 데뷔작 눈길
소설집 ‘강릉'' 말미에 수록




강릉 출신 소설가 윤후명의 단편 ‘산역(山役·시체를 묻고 뫼를 만들거나 이장하는 일)’은 그의 소설 데뷔작이다.

이 소설은 2017년에 출간된 윤후명 소설전집(전 12권)의 첫 권인 소설집 ‘강릉(사진)’의 말미에 수록된 작품이다. 작품의 발표 연대를 기준으로 한 소설전집 간행의 관례에서는 다소 빗겨나 있는 것 같지만, 강릉이라는 하나의 테마 안에서 각각의 이야기는 마치 이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 윤 작가 스스로가 밝힌 창작의 배경이자 원천이 바로 그의 고향 강릉이라고 했으니, ‘산역’ 또한 그 배경이 강릉처럼 보이기는 했는데..., 확인 결과 맞단다. 6년 전 있었던 소설집 출간과 관련한 그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증거(?)도 찾았지만 소설의 줄거리부터 확인해 보자.

사실 이 소설은 TV 문학관을 통해 먼저 본 기억이 있다. 소설을 읽다 드라마가 떠올랐다는 표현이 맞겠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분위기는 소설과는 살짝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주인공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랜 지인인 최씨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다. 최씨 아저씨는 전쟁 중 실종상태에 있다 돌아온 고향에서 부인과 자신의 친구가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되지만 친구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사업을 해 모은 돈으로 그들을 돕는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어느 날 최씨 아저씨는 그만 서울에서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게 된다. 최씨 아저씨는 자신의 묏자리를 그녀가 알 것이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기게 된다. 그녀는 하릴없이 산꼭대기에 있는 묏자리를 산역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돼 버렸다. 얼마 전 최씨 아저씨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산 언저리에 동행을 한 기억이 떠오르기는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 마음속에는 최씨 아저씨를 모시는 장소도 중요했지만 자신의 가족들에게 최씨 아저씨가 거져 내준 집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했다. 묏자리를 정하고 돌아온 그녀에게 한 어머니의 말에 그녀는 무너진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집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산을 그녀 앞으로 남겼다고 한 것이다.

다음은 윤 작가의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높은 산과 큰 바다는 저의 태어남과 삶 속에 자리 잡아 늘 저를 키워왔음을, 글을 쓰면서 확인하곤 합니다.” 소설 ‘산역’의 배경이 어렵지 않게 강릉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는 그녀가 부엌의 문설주에 몸을 기대는 것으로 끝나지만 TV문학관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산 위에 모셔진 최씨 아저씨, 아니 아버지의 묘 앞에서 그녀가 흐느끼고 바다를 응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산역’의 드라마 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석기기자 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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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 교육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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