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안재홍 배우 참석해
커비-농아인협회 함께 기획 눈길
상영 기다리는 관객들 설렌 마음
“안녕하세요. 배우 안재홍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4일 오후 6시 30분,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도모헌 2층. 배우 안재홍이 영화 ‘리바운드’ 동네방네 BIFF 상영 전 관객 앞에 서서 수어로 인사를 하자 관객석에 앉아 있던 한 관람객이 조용히 이렇게 읊조렸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가 농아인협회와 함께 기획한 이번 행사엔 소리 대신 빛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곳곳에 앉아 설레는 모습으로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과 이곳을 찾은 학생 관객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 관객까지 100여 명이 자리해 ‘영화의 밤’ 보낼 준비에 한창이었다.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과 주연 안재홍이 이곳을 찾았다. 두 사람의 뒤엔 수화 통역사가 함께해 보다 폭넓은 관객이 이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한 관객은 안재홍에게 수화로 “언제부터 수화를 배우셨냐”고 물었고, 안재홍은 “최근에 배웠는데 소질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조금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며 “수화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하는데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배우의 말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는 등 공감과 감동의 눈빛을 보냈다.
이날 GV에선 ‘리바운드’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이 영화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기적 실화를 장항준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지난해 5월 개봉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힘든 상황에서도 주옥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차진 연기, 깊이 있는 연출로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올해 관객이 직접 기획하는 커뮤니티 비프와 동네방네 비프 상영작으로도 선정됐다. 이날 현장에도 중앙고 농구부 유니폼을 맞춰 입은 관객이 곳곳에 보였다.
안재홍은 “영화의 생명력이 이렇게 지속되는 게 영화를 만든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라고 했다. 장 감독도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감사하고 기분 좋은 순간”이라면서 “마음 같아서는 집이라도 한 채씩 사드리고 싶다”고 유쾌한 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 속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오늘을 즐기자,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등의 대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힘과 희망을 전한다. 장 감독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며 “언제까지 지금 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직업이 바뀌어도 결국 우리의 인생은 계속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감독은 “너희들이 농구를 해서 먹고 살든 다른 걸 해서 먹고 살든 이건 잊지 말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안재홍은 “강 코치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엄청난 울림으로 남았다”며 “작품을 통해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거의 탈무드급”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올해 BIFF에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재홍은 개막식 사회를 맡아 영화의 바다로의 항해를 알렸고, 장항준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와 ‘기억의 밤’, 신작 ‘더 킬러스’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장 감독은 “부산에 오기만 해도 맛있는 음식과 술이 술술 들어간다”고 부산에 애정을 드러냈고, 안재홍은 “부산에 오면 소고기국밥을 꼭 먹는다. 부산에서만 빨간색 소고기국밥을 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하자 안재홍은 수화로 “감사합니다”라고 했고,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도모헌에서 첫 영화가 상영되는 순간, 부산의 가을날은 더욱 진하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