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이안제 설치키로
공적 예산 투입·설계 방식 논란
‘시민공감’ 사업 재검토 촉구
부산 대표 태풍 취약 지역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바다에 ‘수중 방파제’ 공사 윤곽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700억 원에 달하는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이 마린시티 주민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23일 부산시와 부산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부산시 건설본부는 마린시티 앞바다에 이른바 수중 방파제로 불리는 이안제 설치 계획을 확정하고, 현재 사업을 맡을 업체 선정에 나섰다. 시 건설본부는 마린시티 연안에서 150m 떨어진 해상에 이안제를 설치해 파도 높이를 낮추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추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안제는 길이 500m, 높이 14m 규모의 방파석을 쌓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이안제는 해수면으로부터 4m가량 돌출된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실제 공사는 오는 10월 착공해 2027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비 299억 원, 시비 266억 원, 구비 131억 원 등 모두 696억 원이 투입된다.
마린시티 일대는 태풍 내습 시 파도가 제방을 넘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침수 문제에 시달렸다. 실제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2016년 태풍 차바 때 마린시티 일대 월파 문제는 전국적으로 이슈가 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 직후 해당 지역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선정됐다. 그러나 방재시설 설치와 관련해 사업비와 특혜 시비 등 논란이 이어졌다. 또 해수면 위로 방파제가 돌출되는 문제로 조망권이 가려진다는 인근 상인과 아파트 입주민 반발도 나왔다.
그러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된 지 8년 만에 이안제 설치 방식으로 방재시설을 짓는 방안이 최근 확정됐다. 시 건설본부의 사업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온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은 2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린시티 수중 방파제 설치 사업의 설계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설치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700억 원 가까운 공적자금 투입을 문제 삼았다. 시민공감 측은 “마린시티는 건설 당시 바다와 건물의 간격이 40m에 불과하지만 1~2층 상가주들이 뷰를 가린다는 이유로 항의해 5m 이상 설치될 방파제가 1.5m만 설치됐다”며 “예견된 인재인데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촌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방재 시설이 수중 방파제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시민공감 측은 “강원도 고성 해변 앞바다도 200억 원을 들여 수중 방파제를 설치했지만, 침식 현상이 심해 주민 반발에 부딪혔고 강릉 주문진 해변 역시도 수중 방파제의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해운항만과 관계자는 “마린시티 지역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지속적으로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곳으로, 이번 방파제 설치는 자연재해 이력에 근거한 지구 선정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지 특혜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지구 지정, 대책 마련 등 매 단계에서 주민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쳤고, 공청회는 계획이 없지만 필요하다면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