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한밤 음주 운전자 추격전…경찰과 공조한 택시 운전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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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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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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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서면~광안대교 음주 곡예 운전
택시기사 음주 사실 눈치채고 추격
경찰과 공조 끝에 붙잡을 수 있어
여두진 씨 모습. 여두진 씨 제공


부산 밤바다 위로 아찔한 추격전이 펼쳐졌다. 광안대교에서 음주 운전을 하는 승용차를 경찰이 뒤쫓아 검거했다. SUV 차량은 서면에서 황령터널을 지날 때까지 곡예 운전을 반복했다.

음주 운전 피의자 검거에는 한 택시 기사 공로가 컸다. 서면에서 비틀대는 승용차를을 발견한 그는 경찰에 신고한 뒤 수십 분 동안 뒤를 따랐다. 광안대교 앞에 대기한 경찰과 공조한 덕에 위험한 질주를 멈출 수 있었다. 과거에도 음주 운전 피의자 검거에 도움을 준 택시 기사는 이미 표창장을 두 차례나 받은 인물이었다.

19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광안대교 하판에서 20대 운전자 A 씨가 음주 운전 혐의로 붙잡혔다. 경찰 측정 결과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39%였다.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넘은 만취 상태였다.

A 씨가 경찰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투철한 시민 정신이 돋보였다. 5년째 택시를 운전해 온 여두진(39) 씨는 19일 오전 1시 50분께 부산진구 서면 삼정타워 인근 갓길에서 휴식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했다. 승용차는 여러 차례 차선을 넘나드는 곡예 운전을 하고 있었다.

여 씨는 “위태로운 주행 모습을 보는 순간 저건 음주 운전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얼른 해당 차량을 뒤따르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에 찍힌 음주차량. 휘청거리면서 황령터널 벽에 충돌하려 하고 있다.


A 씨는 부산 시내를 달리며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갔다. 여 씨는 황령터널에 진입한 A 씨 차량이 터널 벽과 충돌하기 직전까지 흔들릴 정도로 전혀 통제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황령터널을 빠져나온 A 씨 차량은 대남교차로를 지나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 진입했다. 여 씨 신고를 받고 49호 광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 차량 5대가 A 씨 차량을 뒤따랐다.

A 씨는 경찰 정차 요구를 무시한 채 광안대교에 진입했다. 1km에 달하는 아찔한 추격전이 이어지자, 경찰은 A 씨 차량을 앞뒤로 둘러쌌다. 경찰은 서서히 차량 속도를 줄인 뒤 정차를 유도했다. A 씨는 차량을 세운 뒤 경찰 음주 측정에 응했다. 여 씨는 경찰이 A 씨를 붙잡는 것을 본 뒤 현장을 떠났다.

여 씨가 음주 운전자 검거에 도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음주 운전 의심 신고를 반복했고, 의심 차량을 뒤따라가며 경찰에 음주 운전 차량 위치를 여러 차례 알렸다. 2020년 부산진경찰서, 지난해 동래경찰서에서 음주 운전 피의자 검거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여 씨는 “내가 음주 운전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내 소중한 사람이나 주변 지인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지만, 준법정신이 더 필요한 데다 처벌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서는 A 씨 검거에 도움을 준 공로로 여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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