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당 1000만 원 웃돈 주며 선적… 그마저도 ‘가뭄에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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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해상운임에 수출 곡소리

40피트 컨 운임 6개월 새 3배 껑충
항공 운송 불가 철강류에 직격탄
컨 없어 병목… 납기 맞추려 ‘출혈’
부산 수출 기업 절반 “물류로 고통”
지원 예산 등 발빠른 대응책 절실
해상운임이 코로나19 시절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지역 수출업계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 싱가포르에 파이프류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부산 A 업체는 최근 막대한 적자에 허덕인다. 6개월 전보다 해상 운송 비용이 3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통상 A 업체는 미국 뉴욕행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대당 400만~500만 원의 물류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당 1500만 원을 지불하고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항공 운송을 이용할 수도 없다. 항공은 무게에 따라 운송비가 책정되는데, 철강 제품 특성상 최소 단위 부품이라 할지라도 무게가 1톤(t)을 넘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A 업체 대표는 “납기 일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운임이 비싸다고 수출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컨테이너 한 대당 1000만 원을 더 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화물을 보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운송 지연에 손해 배상 청구도”

지역 수출업계는 고물가·고금리에 더해 고운임까지 ‘삼중고’에 시달린다. 글로벌 해상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3674.9로, 1년 전(979.1)의 3.7배에 달한다.

고공 행진하는 운임은 고스란히 지역 산단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K뷰티 인기로 수출 물량이 늘고 있는 부산 화장품 업계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B 업체 대표는 “수출 원가에서 운송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면서 “수출 과정 중간에 갑작스럽게 운임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높은 운임도 문제지만, 최근 급증하는 중국발 물량도 수출 경쟁력에 큰 리스크다. 중국 화물에 대한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는 8월을 앞두고 최근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 성장도 가파르다.

유럽, 싱가포르 등으로 조선 기자재 부품을 수출하는 C 업체 대표는 “6개월 전만 해도 싱가포르행 컨테이너가 일주일에 1~2회차 있었는데 이제는 2~3주에 한 번꼴로 예약이 가능하다”면서 “컨테이너를 잡아도 병목 현상으로 수출 기간이 지연돼, 거래처에서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 ‘희비’…중소기업에 직격탄

운임 상승은 선사와 포워딩 업체, 수출 기업 간 희비도 가른다. 선사와 포워딩 업체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요와 마진율이 올라 호재다. 다만 장기 운송 계약을 맺은 포워딩 업체는 운임 상승분을 제때 반영할 수 없어 손실을 보기도 한다.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급격한 운임 변동이 있을 땐 상호 협의로 운임을 바꿀 수 있도록 계약서상에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화주와의 협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상운임 상승과 물류난의 영향이 가장 큰 곳은 중소 수출 기업이다. 한국무역협회 권도겸 부산본부장은 “대기업의 경우 연간(장기) 계약을 체결해 운임 급등의 영향을 덜 받지만, 중소 수출 기업은 건별(단기) 계약을 맺다 보니 해상운임 상승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5일 수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별 계약이 93.8%(포워딩 업체 통해 계약), 83.3%(선사와 직접 계약)에 달해 장기 계약보다 월등히 많았다. 단기 계약을 한 중소기업들은 선복 자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운송 지연으로 인해 페널티, 계약 취소 등의 피해도 보고 있다.

■“연말까지 요동”…신속 지원 나서야

수출업계는 향후 운임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의 신속 지원을 당부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기업 57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6.2%가 “운임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수출 중소기업 300곳 중 41%가량이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물류 애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운임 상승은 고물가·고금리 등 다른 악재와 달리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도 어렵다. 홍해 사태 장기화, 중국발 화물 증가 등 국제 정세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권도겸 본부장은 “해상운임은 환율처럼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유관 기관의 신속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업계는 기존에 진행 중인 물류비 지원 예산도 운임 변화에 대비해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경우 부산경제진흥원이 지난달부터 ‘부산 수출 중소기업 해외 물류 지원사업’을 통해 수출 거래에 소요된 물류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년도 수출 실적 2000만 달러 이하인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물류 비용의 90%(300만 원 한도)를 준다.

한편 정부는 해상운임이 추가 상승할 경우 비상대응 3단계 플랜을 가동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출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추가적인 물류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앞서 SCFI가 2700선을 밑돌 경우 1단계, 2700~3900이면 2단계, 3900선 돌파 시 3단계 플랜을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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