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취한 상태서 무면허로 람보르기니 차량을 운전한 뒤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자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30대가 2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1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 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홍 모(30) 씨에게 이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올해 4월에 내려진 1심의 징역형 2년보다 6개월 늘어난 형량이다. 2심 재판부는 "폭력 범죄로 처벌 전력이 있고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며 "스스로도 어떻게 운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약에 취해 운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여전히 엄벌을 청원하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홍 씨는 지난해 9월 11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던 중 주변 상인 등 2명과 말다툼을 하다가 허리에 찬 길이 24㎝ 흉기를 내보이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홍 씨는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난 뒤 압구정로데오거리에 람보르기니를 세워두고 달아났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약 3시간 뒤인 오후 7시 40분께 신사동에 있는 음식점 앞에서 그를 긴급체포됐다. 약물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홍 씨는 체포 직후 진행된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MDMA(엑스터시)·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범행 직전 논현동의 한 피부과를 방문했고, 범행 직후에도 신사동의 한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홍 씨는 당시 수면 마취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후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또 사건 당시 면허 취소 상태였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홍 씨에게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해 준 의사 A 씨 등 병원 관계자 9명을 약사법·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이달 4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A 씨의 의원에서 수면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75명에게 1회에 10만∼20만원을 현금 또는 계좌이체를 통해 받은 뒤 수면 장소를 제공하고 8921회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4만4122mL(12억5410만원 상당)를 투여해줬다. 경찰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지만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만 지정돼 있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는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토미데이트 투약자는 약사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홍 씨는 해당 사건과는 별도로 도박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추가 송치된 상태다. 경찰이 이른바 'MZ 조폭'과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 씨의 수익원을 추적하던 중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가해자 신 모(28) 씨가 운영에 가담한 도박사이트에서 홍 씨가 도박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홍 씨가 해당 사이트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